매일신문

유가 100달러 시대…지갑이 얼어붙었다

▲ 국제유가가 100달러 시대를 열면서 국내 석유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석유 소비량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소비 감소는 결국 경기 위축으로 연결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국제유가가 100달러 시대를 열면서 국내 석유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석유 소비량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소비 감소는 결국 경기 위축으로 연결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KT&G 대구본부 사람들은 "올 2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적으로 연초 금연 열풍 때문에 1월 매출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2월까지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KT&G 대구본부 경우 이번달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5%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후하기로 이름난 담배 인심도 야박해질만큼 소비가 움츠러들고 있다. 안 오르는 것이 없는 세상. 물가는 자고나면 뜀박질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라면값을 잡아야한다고 걱정할만큼 물가 상승이 심각해졌다.

◆지갑이 닫혔다

대구시내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물가가 오른다는 보도가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면서 고객들의 씀씀이가 위축되고 있다"며 "국내 최대 라면제조회사인 농심이 라면 가격을 1주일전 이미 100원 올렸어도 이마트·홈플러스 등 메이저 대형소매점들은 아직 라면값을 올리지 않고 있는데 이는 결국 소비 위축을 염려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석유 사용량은 이미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모두 7천94만4천배럴로 지난해 1월(7천273만6천배럴)에 비해 2.5%나 줄었다. 특히 산업용으로 쓰이는 나프타를 제외하면 감소폭이 4.8%에 이른다.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국내 석유 소비량은 지난해 11월 전년 같은달에 비해 1.2% 줄어든데 이어 12월엔 전년보다 6.5%나 급감했다.

국내 휘발유값은 지난해 10월 리터당 1천557.41원에서 11월 1천606.23원으로 오른 뒤 12월 1천632.54원, 지난달 1천652.25원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위축과 관련, 교보증권은 최근 롯데쇼핑, KT&G, 신세계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내렸다. 이 증권사는 이들 회사의 목표주가도 일제히 내려잡았다. 물가상승으로 소비위축이 우려되는만큼 대표적인 소비 관련 회사인 이들 종목 전망이 흐려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달엔 '1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를 연 대학들의 입학 및 등록일정까지 겹치면서 지갑 안의 돈이 말라붙고 있다.

◆물가상승이 소비 위축 주범

모든 물가의 기초가 되는 기름값은 27일 국제시장에서 사상 최고치를 쏘아올렸다.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기름값 100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발표한 '고유가시대 장기화' 보고서에서 과거 중동전쟁·이란혁명 등으로 촉발된 오일쇼크와 달리 최근의 유가상승은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에 기름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신흥 시장의 수요 증가세는 이어지며 국제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도 원자재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 국제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밀과 대두의 국제 선물가격은 1년전에 비해 50, 60% 가량 뛰었다.

때문에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로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3.5%를 한참 넘어섰다. 수입물가는 9년3개월만에 최고치인 21.2%나 뛰어올랐다.

◆정부, 어떤 대책 내놓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라면을 먹지 않아도 되는 계층에게 라면 값 100원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라면을 많이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100원 올랐다는 것은 큰 타격이다"고 언급했다. 물가를 잡으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에서도 '서민 주요생활비 30% 절감'을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는 밀·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를 추가 인하하는 한편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물가 충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 관련 세금 등 각종 세금을 내려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행령을 개정해 유류세를 1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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