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포항지역과 국내 과학계의 숙원인 '제4세대형 방사광 가속기' 건설에 가속도가 붙었다. 경북도와 포스텍은 최근 새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4세대 가속기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시함에 따라 모두 4천억원 정도가 들어갈 이 사업의 올 연내 조기착수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관련 행정절차를 검토하는 등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4세대형 방사광 가속기란
방사광 가속기는 한마디로 빛 공장이다. 이 빛(방사광)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실험과 연구를 수행하게 되는데 물리·화학·생명공학·재료공학·화학공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반도체·초미세기계·의약품 제조 등 첨단산업분야의 응용연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현재 포스텍에는 1994년 12월 완공한 3세대형 방사광 가속기가 있다. 4세대형 방사광 가속기는 기존의 3세대형에 비해 10억배 이상 밝고 빛의 방출시간이 1천조분의 1초(펨토초)인 지극히 짧은 X-선 레이저로 극미세 세계를 연구할 수 있는 장치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가진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포스코, 포스텍, 경북도와 포항시 등 모든 관계 기관·단체·기업체가 힘을 합쳐 조기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분야는 영원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 어디까지 왔나
포항에 4세대형 방사광 가속기 건설 논의는 3세대 가속기가 안정단계에 접어든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정부도 타당성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세계물리올림피아드대회 개막식과 지난해 국가균형발전토론회에 참석해 2차례나 조기 건설을 지시했다.
또 과학기술부는 건설이 늦춰지면서 방사광 파장을 당초 0.3㎚에서 0.1㎚급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수정론을 제시했고,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2일과 지난 13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업무를 보고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최근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실무협력팀'을 구성, 4천억원에 이르는 국비확보 방안 마련에 나섰다. 도청과 포항시청 관계자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우선 내년 100억원의 관련예산 확보를 목표로 세웠으나 이를 앞당겨 올해 중 늦어도 10월에는 착공한다는 게 기본 골격"이라고 말했다.
◆향후전망과 기대가치는
1994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포항 방사광 가속기는 지난 연말까지 1만5천명이 4천500건에 가까운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단백질 구조 분석과 DNA 이중나선 접합부위 3차원 구조규명 등 '네이처'지 표지논문 2편을 냈고 바이러스 차단 단백질 핵심구조 규명으로 '셀' 표지를 장식하는 등 세계적 연구성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4세대형 가속기가 건설되면 생명공학, 나노공학, 전기·전자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신약개발 분야에서 혁명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포항의 3, 4세대형 방사광 가속기와 경주의 양성자가속기, 나노센터를 중심으로 산업친화형 포항국제과학도시 조성을 약속했다. 경북도와 포항시·포스텍은 부지와 조감도까지 나와 있어 당장 착공에 문제가 없다며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새 정부는 인수위 시절, 정부가 출범하면 포항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이 4세대형 가속기 건설이라고 직·간접으로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