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장관 후보자 3명이 취임도 하기 전에 물러나 이 대통령의 첫 조각이 '졸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실패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 대통령이 '아는 사람'을 쓰려다 보니 인재풀에 한계가 있었다. 좌파 정권 10년에 쓸 만한 인물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 등은 대부분 이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 채워졌다. 통합민주당은 이를 두고 '고(고려대) 소(소망교회) 영(영남) S(서울대) 라인'이라고 비꼬았다.
부실한 검증도 문제였다.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 10여명이 밤샘 작업을 벌였으나 5천여명의 정보를 모두 캐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막판에 후보자가 바뀐 경우에는 철저한 검증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정권이 바뀐 마당에 참여정부에 인사검증을 맡길 수도 없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 검증을 대행해주는 미국처럼 우리도 '제3의 기관'이 인사 검증을 대행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도덕적 잣대가 느슨했던 것도 문제다. 사퇴한 이춘호 여성장관 후보자의 경우 40여건의 부동산이 있다는 것은 국세청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나 '불법이 없다'는 이유로 내정했다.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검증 시스템 보완 시급'이란 교훈을 얻은 청와대가 시스템을 어떻게 수리할지 주목된다. 일을 하려면 인력이 필요한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마당이라 여의치 않다. 결국 시스템 선진화로 풀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건의를 이 대통령이 즉각 수용하는 '당청관계 복원'을 통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망외의 수확을 거뒀다. 참여정부의 경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 주요 현안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의 뜻이 서로 달라 국민이 혼란스러워 했었다. 홍역을 치른 청와대와 여당이 향후 총리 인준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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