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지역에서는 대구경북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앙부처의 1·2급 고위공직자 중에서 지역 출신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김영삼 정부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15년 동안 인사에서 철저하게 '찬밥'신세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대구경북 인사들 사이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15년'이란 소리가 나온다. 그 사이 호남출신과 부산경남인맥이 집중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료사회를 장악해왔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역인맥 찾기에 나선 인사실무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과 청와대수석 인선을 주도했던 박영준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도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한다. 박 비서관은 "검증 과정에서 대구경북 출신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그동안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확인해 본 결과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지역인재 양성에 지역 사회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대구경북 출신 장관은 김경한 법무, 원세훈 행정안전, 이영희 노동 장관 등 3명에 이른다. 호남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비교적 배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중앙 언론에서는 '영남권 득세'라는 가시돋친 지적을 했지만 이들 중 대구에서 고교까지 졸업한 김 장관(경북고)을 제외하고는 출생지와 본적만 대구경북일 뿐 지역과의 밀접도가 옅어 사실상 '서울사람'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중앙부처를 상대로 일을 하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도 중앙부처의 실·국장들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지자체와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기존의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 문화관광부, 과학기술부 등에는 지역 출신 고위 관료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동향출신 국장급들을 찾아 해당 부처의 추진 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어 수개월 전부터 착실하게 사업을 준비한다. 사정이 이런데 대구시가 이들 지자체와 경쟁이 될 리가 없다. 대구시가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물 먹은' 건교부 소관인 자기부상열차사업과 산자부 소관 '로봇랜드 사업'이 그와 같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김연수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각 부처의 사업 공고를 보고 뛰어들지만 다른 지자체가 사전정보를 얻어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사업 신청을 하는 반면 우리는 맨 땅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구경북 출신 고위 관료들이 너무 없어 사전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인사들은 '기획력이 없다'고 대구시를 비판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지역 인재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그 일환으로 고위 관료와 지역 정치인들 간의 정보교류 네트워크 육성 필요성이 우선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이 수시로 정보를 교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지자체에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다른 지역의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과 의원들이 수시로 만나고 있다"며 "'대구경북 정권'이라는 표시를 내지 않고 조용하게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10년 앞을 내다보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경도민회(회장 윤종윤)와 대구경북출신 전·현직 장관 모임인 '대경회'(회장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가 함께 추진하다가 현재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대경학숙' 건립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경학숙을 통해 지역의 동량을 키우고 이들을 바탕으로 한 '인적 네크워크'를 구축, 향후 지역을 위해 일할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