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직 '르네상스'…갈수록 좁은 문

명퇴사회 최고 안정된 직장…임용 경쟁률 8년새 2~3배 껑충

서울의 공과대학에 다니다 2004년 대구 모 대학 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한 김모(37)씨.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 간판'까지 포기하면서 사범대를 택한 것은 교직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4학년인 김씨는 올 하반기로 다가온 임용고사 준비로 요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는 "요즘처럼 명퇴가 일반화돼 있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에서 교사만큼 안정적인 직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교직의 문

김씨처럼 교직의 꿈을 안고 일반학과를 졸업하고 사범대·교대나 교육대학원으로 입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교직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1월 전국의 초·중·고교 재학생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희망 직업조사에서 의사, 법률가, 공무원을 제치고 1위(16.3%)를 차지한 직업이 바로 교사다. 교직이 최고 직업으로 등극한 만큼 경쟁률도 '교사 고시'로 불릴 정도로 높다.

대구·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중등교원의 경우 대구는 2000년 8.3대 1(지원율 기준)에서 2008년 16.4대 1로, 경북은 6.8대 1에서 22대 1로 느는 등 8년 새 경쟁률이 2, 3배 이상 훌쩍 뛰었다. 모집정원 대 응시자 비율인 실질경쟁률을 보면 대구 중등임용 경우 올해 205명 모집에 2천624명이 응시, 12.8대 1을 기록했다.(표 참조)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에선 '졸업=임용'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2000년 대비 올해 초등교원 임용경쟁률은 대구는 1.3대 1에서 2.2대 1, 경북은 0.33대 1에서 2.3대 1로 크게 올랐다. 3명 중 1명은 낙방인 셈. 경북대 사범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법·상경대를 선호하던 남학생 성적우수자들이 사범대학으로 몰리고 있고,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범대나 교육대학원에 재입학하는 대졸자도 많다"며 "임용시험 탈락자들이 매년 누적되기 때문에 교직 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수·삼수는 기본, 사수는 선택"

대구 모 사범대학에서 지리를 전공한 이모(31·여)씨는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네번 응시했다 줄줄이 떨어졌다. 네차례 시험 모두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다. 올해 정원은 4명으로 2005년 첫 시험 때의 7명보다 더 줄었다. 이씨는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사범대로 다시 입학한 터라 더 애가 탄다고 했다. 그는 "학원 강의로 번 돈을 모두 등록금으로 털어넣었다"며 "비인기 과목이다 보니 내년에는 정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지난해 대구 중등교원 임용시험 미술과에 응시했던 박모(28·여)씨는 시험 공고날 까무러칠 뻔했다. 1명 뽑는 데 85명이 몰린 것. 올해 또 도전했지만 정원은 여전히 1명이었다. 10명을 뽑는 경북으로 눈을 돌렸지만 330명이 지원, 다시 쓴맛을 봤다. 박씨는 "직장생활에 희망이 없어 교직만 바라보고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는데, 이래서야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따도 무슨 소용이 있을지 회의가 든다"며 울상을 지었다.

교대 학생들도 바짝 긴장해 있다. 최모(29·여)씨는 지난해 임용시험에서 떨어진 뒤 6개월간의 기간제 교사를 거쳐 올해 다시 도전했지만 또 낙방했다. 최씨는 "교대 졸업하고 삼수생이 될 줄은 몰랐다"며 "예전에는 4학년 때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요즘에는 1, 2학년 때부터 학원 수업을 듣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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