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실. 비공개 회의였지만 격앙된 분위기는 바깥으로도 흘러나왔다. "장관·수석 내정자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 "국민 정서를 무시한 인사를 간과할 경우 총선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는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강재섭 대표는 장관청문회를 앞둔 당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이 대통령과는 다음 날 새벽 1시나 되서야 통화가 이뤄졌다.
"지금 당에선 난리가 났습니다"(강 대표) "내일(27일) 아침 일찍 청와대로 오셔서 상의하시죠."(이 대통령)
남주홍 통일장관과 박은경 환경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이처럼 이 대통령이 당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는 적잖은 부수효과를 챙겼다. 새정부 출범초에 벌어진 장관후보자 청문회 정국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강 대표는 새로운 당청관계 정립즉 대통령이 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선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 때문에 강 대표의 위상도 올라갔다는 분섟이다.
이같은 강 대표의 위상강화는 본격화되고 있는 공천심사과정에서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커 주목된다. 당내에서도 집권여당 대표로 격상된 강 대표의 적극적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강 대표가 장관후보자에 대한 교체를 앞장서서 청와대에 요구하고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강 대표가 출범초기의 청와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자칫 실기(失機)했다가는 총선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당의 위기의식을 헤아린 때문이다.
당 대표지만 공천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않던 강 대표로서는 지금이 자신의 정치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호기로 보기도 한다. 그는 26일 '공정공천'을 강조하고 나섰고 27일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장관후보 교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강 대표의 심사는 복잡하다. 그의 임기는 다음 전당대회 직전인 7월까지다. 총선은 하루 하루 다가 오지만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자꾸 떨어지고 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희망하는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총선성적표는 강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의 머리에는 총선 생각 뿐이라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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