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대학에 장학금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 주소가 '○○캐슬'로 돼있었는데, 성에 사는 사람이 무슨 장학금을 신청하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네의 '궁전'과 '성' 같은 거창한 브랜드 선호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요즘도 국적 불명의 아파트 이름이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한 때 '○○빌, ○○캐슬, ○○타운, ○○팰리스, ○○파크' 등이 붙은 이름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유독 일류 좋아하고 명품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습성에 주택회사 상술이 편승해 나타난 현상이었다.
세계 최고 구두의 대명사인 '페라가모', 유럽의 귀족 등 최상류층을 겨냥한 브랜드 의상을 만드는 '베르사체', 파리 패션의 자존심 '샤넬', 가장 영국적인 브랜드로 명성이 높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 '버버리', 보석상의 왕으로 불리는 '까르띠에'….
이름만 들어도 서민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할 세계적인 名品(명품) 브랜드들이다.
명품이란 사물이 갖고 있는 가치이자 사용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매력을 지닌 물건을 일컫는다. 쓰면 쓸수록 빛을 발하는 하나의 예술품에 가까운 물건을 말하는 것이다.
구미가 세계 속의 명품도시를 꿈꾸며 도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뒤질세라 양산시는 품격 있는 명품도시를, 광주시는 2010 친환경 명품도시를, 인천과 대전'성남시도 명품도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대구시는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명품 숲'으로 이름 지었다.
구미의 한 동네도 '명품동네' 만들기에 나서 명품 퍼레이드에 합류했다. 이러다간 온 나라가 명품도시로 넘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명품도시란 말만 앞세우고 외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삶의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발전 여건을 제시하는 도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매력 있는 도시가 돼야만 가능하다.
명품도시가 자칫 '○○팰리스' 등의 亞流(아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최첨단 기술'의 최첨단이 '조금 앞선' 기술이란 의미며 '획기적 ××'의 획기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등의 諷刺(풍자)적인 해석처럼 또 다른 언어 인플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석봉 중부지역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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