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애국가와 태극기 거부하는 평양

평양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가 거부당했다. 3월 26일 북한에서 열릴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남북전을 앞두고 어저께 남북이 실무협의를 벌였으나 북측은 끝내 태극기와 애국가, 응원단을 허용치 않겠다고 고집 부렸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다.

북측이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애국가를 거부하는 이유는 뻔하다. 그동안 철저히 우리를 무시하고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자신들의 주장에 흠집이 날까 두려운 것이다. 또 '붉은악마'의 활기찬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때문이다. 결국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은 허울 좋은 사탕발림일 뿐이다. 이렇다면 2005년 전주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북한 국가가 연주되고 인공기가 내걸리는 것을 거부했어야 옳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26일 뉴욕필 평양공연 때는 성조기와 미국 국가 연주를 허용했다. 북이 보이려는 개방 이미지의 실체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북측은 월드컵에 나가려는 것인지 동네축구를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어설픈 짓을 하면 할수록 어렵게 쌓아온 남북관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되지도 않는 이유를 대고 꼼수만 쓰다가 4천만 국민의 대북 감정을 악화시켜서야 쓰겠는가. 지난해 '남북관계 문제들을 화해와 협력, 통일에 부합되게 해결해 나간다'는 10'4 남북정상선언에 서명한 이유를 되새겨봐야 한다. 경협으로 챙길 것은 챙기고 마땅히 지켜야할 국제규정은 관심도 없다는 심보가 아니라면 말이다.

남북통일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먼저 통하는 데서 출발한다. 제도나 법률은 그 다음 문제다. 한사코 남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북측의 아집은 결국 우리 국민들의 신뢰를 깨는 일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