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보는 것으로 많은 것들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백번 듣는 것보다는 한번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훨씬 분명하고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각적인 것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보는 것이 듣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환기성과 힘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화된 도시는 온통 시각을 자극하는 상품들로 가득하다. 멋지게 장식한 모델하우스, 백화점의 쇼 윈도,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TV 광고 등 도시인들은 눈을 유혹하는 것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이미지의 시대이다. 이 시대는 다른 어떤 시대보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비중을 두며 살아간다. 물건을 살 때도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이 가지는 상징이나 이미지를 사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눈에 보이는 외관에 비중을 두다 보니 메이크업이나 성형,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 자신의 이미지 가꾸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쓸 뿐 아니라 유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실내디자인, 자동차디자인, 의상디자인, 헤어디자인, 책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온갖 디자인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영상문화가 급속히 팽창하였고 음악조차도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듣고자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시각에 의지하는 것들은 대체로 즉물적이며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이 속도감은 세련되고 날렵하지만 많은 부분 깊이가 결여되어 있어 가볍다. 표피적이고 알맹이가 없는 이런 것들은 쉽게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판단을 미루고 보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믿어버린다. 바쁜 세상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사려 깊게 생각하는 것보다 즉각적인 것에 이끌린다. 이미지는 정신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더 가까이 있다. 따라서 이미지란 허상이며 실체와 대척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각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은 다소 기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일 아침 한 주간 피로했던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와 아름다운 음악에 귀를 열어보자. 새소리, 재잘대며 떠드는 아이들 소리, 어른들의 잔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천천히 소리 내어서 책을 읽어보자. 귀로 듣는 것은 보는 것보다 언제나 훨씬 더 정신적이고 정서적이며 내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영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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