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조업 계속 해야 되나…" 中企들의 '아우성'

▲ 2008년 지역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고유가가 지속되고 원자재가가 폭등하면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2008년 지역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고유가가 지속되고 원자재가가 폭등하면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새해 지역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은 올 경제전망치를 당초 예상수준에서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유가와 원자재, 저환율, 내수부진은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홀대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자금 조달과 금융 비용에 압박을 가져와 중소기업에 돈 가뭄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치솟는 기름값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성서공단 내 염색업체 '한신특수가공' 한상웅 대표는 요즘 제조업을 계속 해야될 지 고민이 많다.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기름값 때문이다. 벙커C유를 하루 80드럼 사용하는데 요즘 ℓ당 가격은 645원으로 지난해 420원에 비해 절반 이상 올랐다. 기름값만 예전보다 한달 평균 3천만~4천만 원이 더 들어가고 있다. 채산성도 예전보다 30% 정도 떨어졌다. 예전엔 인건비가 생산비의 가장 큰 몫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기름값이 생산비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한 대표는 "새 정부가 기름값을 무조건 내려줘야 중소제조업체가 생존할 수 있다"면서 "고육책으로 올해 안에 목탄보일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아스콘조합에 따르면 이달초 기준으로 아스팔트유 1㎏의 가격은 380원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0원보다 100원 올랐다. 때문에 지역업체들이 관급공사에 아스콘 1t을 납품할 경우 5천 원 정도 손해를 봐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아스콘조합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영세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유가인상에 따른 조달가격을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비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구경북비철조합에 따르면 최근 알루미늄 1t당 가격은 2천613달러로 지난달에 비해 10% 정도 올랐다. 업체들은 원자재가가 올라가더라도 제품가격을 못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건축용은 플라스틱으로 교체되는 중이어서 수요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영세한 중소제조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이주형 비철조합 상무는 "영세한 업체들은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면서 "단체수의계약 폐지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원자재가 납품단가 반영 안돼

대부분 대기업에 납품하는 차부품업체들도 원자재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이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성서공단의 한 차부품업체는 철강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40~50% 올라 고전을 하고 있다. 원자재 수급마저 어렵다. 현재 자재비는 1kg당 100원이 올랐기 때문에 지난해 보다 한달 평균 1억 원의 추가부담이 생겼다. 다음달에 철강재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을 해서 철강재를 미리 사 놓기에도 부담이 된다. 이율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원청업체에 납품단가를 현실화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해 원자재가가 크게 오르면서 생산원가가 동반 상승했지만 대기업은 이를 전혀 반영해주지 않고 오히려 납품단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 156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생산원가는 전년에 비해 평균 13.2%가 오른 반면 납품단가는 평균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유형으로는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요구가 47.4%로 가장 많았고 일방적 발주취소 또는 납품업체 변경도 10.3%에 달했다. 지난해 특히 원자재가가 많이 오른 영향으로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불공정성 체감도는 크게 상승했다. 지난 2004년 31.2%에 달하던 불공정성 체감도는 2005년 24.9%, 2006년 21.5%로 떨어지다가 지난해 38.5%로 수직 상승했다.

장충길 대구경북기계조합 상무는 "원자재가 상승으로 원가부담을 떠안고 있는 지역 중소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새 정부의 기업 지원정책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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