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내야 포지션 중 가장 경쟁자가 많은 곳은 2루수 자리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뛴 신명철 외에도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손지환, 김우석이 기회를 노린다. 멀티 내야수 김재걸도 건재하다. 재기의 칼을 갈고 있는 베테랑 박종호(34)로서는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남다른 근성과 성실함을 무기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야간 연습을 끝내고 밤 10시가 다 돼서야 숙소로 들어서던 박종호는 그리 피곤하지 않은 기색이었다.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이르는 지금이 선수들에겐 가장 힘겨울 때임에도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괌에서 수비 훈련을 하다 왼쪽 어깨가 탈골돼 귀국했죠. 재활 운동을 하다가 다시 오키나와에 와서인지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체력이 남아돕니다."
체력을 비축할 수는 있었지만 박종호에게 부상은 결코 달가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17경기만 치르고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는 바람에 시즌을 날려버렸고 그 사이 롯데에서 이적해온 신명철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더구나 현재는 경쟁자들이 더 늘었다. 39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가졌고 국내 최고 2루수라 불렸던 과거도 현재로선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박종호는 내야 수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유격수 박진만과의 호흡이 잘 맞을 뿐 아니라 경험이 풍부해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스위치 히터인 것도 장점.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혀 연습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팔꿈치는 괜찮은데 정작 괌에서 다친 어깨가 속을 썩이네요. 너무 의욕적으로 덤빈 것이 화근이었나 봅니다."
한숨을 내쉬는 박종호의 표정에서 답답한 마음이 읽힌다. 30대 중반의 나이. 20대 때는 잘 해내지 못해도 컨디션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이젠 부진하면 '한 물 갔다'는 소리만 돌아올 뿐임을 잘 알기에 더욱 초조해진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는 것은 7살 난 아들과 한 살 아래인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다.
"제가 잘 했을 때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 기억을 못합니다. 지난해엔 아들 녀석이 아빤 왜 대구야구장에 안 가고 맨날 경산(2군 경기장)에 가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죠. 올해에는 아이들에게 아직 아빠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 가정환경 조사 서류를 꾸밀 때 아빠 직업란에 프로야구 선수라고 자랑스럽게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호에게 여태까지 야구가 쉬웠던 적은 없었다. 다소 작은 체구, 약한 체력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해왔다. 올해는 그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마저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의 선수 생활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오키나와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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