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조 띤 선율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노래를 들을라치면 그 선율에서 묻어나는 독특한 情調(정조)에 듣는 이의 마음도 함께 흐느적거리게 된다.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Fado)는 하나같이 그런 분위기다. '운명' '숙명' 등 파두가 지닌 비감한 의미 때문인지 몰라도 그 멜로디들은 유난히 쓸쓸하고 구슬프기까지 하다.
나라마다 그 민족 특유의 정서가 물씬 배어나는 멜로디가 있기 마련이다. 달콤쌉싸래한 프랑스의 샹송, 낭만과 열정의 이탈리아 칸초네, 기타 선율이 정열적인 스페인의 플라멩코, 부두와 이별 등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의 엔카, 흥겨움과 애상이 함께 녹아있는 중국의 민꺼(民歌) 등…. 모두가 그 나라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부르는 선율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리 한국인에겐 두말할 것도 없이 '아리랑'이다. 정선아리랑이니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 여러 가지 別調(별조) 아리랑이 전승되고 있지만 그 모든 아리랑들을 아우르는 가장 중심축이 되는 아리랑, 즉 本調(본조) 아리랑은 그 백미다.
구전민요인 아리랑의 유래는 불분명하나 고대로부터 조금씩 첨삭, 개조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네 혼과 얼이 구구절절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 겨레의 슬픔과 비분까지도 은밀하게 담겨졌다. 아리랑 선율엔 한국인의 원형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교민들은 물론 러시아의 '까레이스키'동포도, 재중'재일 동포도 아리랑 선율 하나로 한핏줄임을 확인하게 되곤 한다. 한민족의 영혼을 사로잡는 소리, 심금을 울리는 선율 때문이다.
2003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작곡가들로 구성된 세계 아름다운 곡 선정 대회에서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뽑힌 것은 우리를 얼마나 가슴 뿌듯하게 했던가.
지난 26일과 28일, 뉴욕필의 역사적인 평양'서울 공연에서 아리랑 연주로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이번 공연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세계적 명문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그 슬프도록 아름답고 장중한 선율은 그 순간 남과 북을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게 했다. 비록 애국가는 달라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민족임을 깨닫게 한 순간이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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