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12일 뜻밖의 인사를 단행했다. 제8대 경북도 정무부지사에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일(54)씨를 임명한 것이다. 김 부지사의 임명 소식을 듣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인물 검색을 해 봤지만 그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정치와 행정 경험이 전혀 없고 대구경북에서조차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를 김 지사는 왜 부지사로 낙점했을까.
정무부지사는 도지사를 보좌한다. 또한 정치·언론 등 대외적 사안에서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대외적 문제에서 막힌 곳을 뚫어줄 수 있는 융통성과 정치력이 필요한 자리다. 그런 점에서 김 부지사 임명은 도청 안팎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인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8명의 정무부지사를 내는 동안 경북도는 도청 고위 간부 중에서 인선을 해왔다. 이의근 전 도지사가 임기 말에 이철우 당시 국정원 이사관을 정무부지사로 전격 영입한 것을 빼면, 대부분 2급 간부를 정무부지사에 발탁해왔다. 이 전 지사는 정무부지사 내부 승진을 통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인사 숨통도 틔우는 일거양득 효과를 꾀했다.
김 부지사는 사회복지 전문가로 통한다. 김 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치과 의사 출신으로 다양한 사회 봉사 활동 경험을 갖고 있는 비정치인'이라며 그를 소개한 바 있다. 능동적 맞춤형 선진복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인 김 부지사가 필요했다는 부연도 달았다. 김 부지사는 기존 정무부지사의 주요 기능인 투자유치·과학기술·경제통상 분야 대신 사회복지 분야를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와 김 부지사의 첫 인연은 '악연'이었을 수도 있다. 김 지사가 구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부지사는 구미 경실련 집행위원장이었다. 경실련 일을 하면서 구미시장이 하는 일에 제동을 많이 걸어 김 지사가 애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김 부지사의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착실히 쌓은 능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 부지사가 앞선 정무부지사들과 마찬가지로 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정치인 등 다른 길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구미시장으로 재직할 때와 도지사 선거에서 그로부터 음양으로 도움을 받은 김 지사가 배려 차원에서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는 해석이다. 김 부지사의 머릿속에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대구 남구청장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재용씨,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철우 전 부지사 등이 각인돼 있을 것이다. 특히 국회와 의회, 공보 등 정무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했다고 평가받는 이 전 부지사가 그에겐 모범답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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