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재 & 문화] 송림사의 돌거북

경북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의 팔공산 자락에 있는 송림사에는 보물 제189호인 '송림사오층전탑'이 있다. 그리고 이곳 대웅전 앞에는 거북 모양의 석함 하나가 놓여 있다. 이것은 오래 전 자유당 말기인 1959년에 송림사 오층전탑을 완전 해체수리할 때에 탑 안에서 나온 것으로, 금동제사리탑을 비롯한 상당수의 사리장엄구가 이 속에 들어 있었다.

보통 석탑이었다면 몸체를 이루는 탑신부의 위쪽에다 구멍을 파고 여기에다 사리장치를 모셨을 테지만, 벽돌로 쌓아 올리는 전탑의 경우 이것이 불가능했으므로 별도의 보관함을 만들어 넣는 방식을 취했다. 모전석탑 양식의 경주 분황사탑에서도 예전에 이와 같은 모양의 돌상자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송림사오층전탑 안에서 나온 유물들은 발견보도와 더불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며, 여러 곳에서 큰 관심을 끌며 전국순회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곧장 '구국보 제481호 송림사오층전탑내 유물'로 일괄지정되었으며, 그 후 1962년 문화재보호법의 제정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보물 제325호로 재분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때의 출토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귀속되었다가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 이관처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 당시 탑 안에서 나온 다른 유물들은 일괄 문화재로 지정되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현재 대웅전 앞에 놓여 있는 거북모양의 석함은 이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못하였다. 이 석함은 분명히 전탑 안에서 나온 것이고, 더구나 그 안에는 여러 색깔로 연화문 무늬까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서 중요한 유물로 간주되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나 끝내 보물지정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문화재지정대상에 빠진 돌거북은 그저 대웅전 앞에 놓여 있는 신세가 되었다가 뚜껑 부분이 망실되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지금은 이 석함 위에 새로 만든 뚜껑을 올려 놓았으나, 그것이 문화재적인 가치를 크게 보완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재지정도 하지 않을 것이며, 공연히 대웅전 앞에 그냥 놓아두었다가 부재를 분실할 정도로 부실하게 관리할 것이라면, 차라리 전탑을 수리한 후 복구할 때에 원래의 자리에다가 이것을 돌려두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미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에라도 이 돌거북을 보물 제325호에 추가하여 문화재로 지정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별도의 지정번호를 부여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조치를 취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를 위해 취해야 할 절차가 복잡하다면, 우선은 급한대로 지방유형문화재 정도의 보호장치라도 걸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차제에 송림사 오층전탑의 재평가 문제도 거론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전탑의 절대숫자가 많지도 않거니와, 그나마 안동에 있는 신세동칠층전탑이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송림사 오층전탑은 안동신세동 칠층전탑에 비해 규모는 다소 적은 편이나 드물게 탑 위쪽에 금속제 상륜부까지 남아 있는 등 비교적 원형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렇게 본다면 송림사 오층전탑은 전탑양식의 전형으로 간주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조연대로 보더라도 문화재로서 보존가치는 아주 뛰어난 셈이다. 따라서 이를 재평가하여 국보로 승격시키더라도 여기에 특별히 반대할 까닭은 없어 보인다.

이순우(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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