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말 대신에 노래로 하는 연극"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흔히 본다. 중학생 시절의 음악시간 이후 아무 생각 없이 믿어왔던 이 말이 어쩌면 오페라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방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말일지도 모른다. 만일 오페라가 노래로 하는 연극이라면, 오페라의 노래를 모두 가사로 바꾸면 연극이 되고, 연극의 대사에 곡만 붙이면 오페라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대답은 "노!"다. 오페라는 결코 노래로 하는 연극이 아니다. 오페라에는 오페라만이 가지는 규칙과 스타일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오페라를 어렵게 여기거나 왠지 멀게 느끼는 분들도 조금씩 오페라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지난 400년 동안 명맥이 유지되어 온 오페라라는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오페라란 멀게만 느껴졌던 장르의 진짜 정체와 그 매력의 근원을 하나씩 찾아가 본다.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오페라는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모든 오페라는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여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었던 단 한 번의 사랑에서 버림받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여기서 비극적 결말이란 단순한 실연(失戀)이 아니라, 그 여인으로 하여금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즉 여주인공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즉 한 여인이 혼신을 다하여 사랑하다가 처절하게 버림받고 죽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 이것이 전형적인 오페라의 내용인 것이다. 물론 모든 오페라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18~19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정가극(正歌劇)(비극적인 제재로 된 오페라)들은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을 오페라에서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라고 부른다. 무대에서의 첫 번째 여자라는 말인데, 남자를 일컫는 '프리모 우오모'란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프리마 돈나가 남성을 사랑할 때, 상대역인 연인은 또한 거의 테너이다. 대부분의 경우 테너들이 무지나 오해, 질투, 바람기, 좁은 아량 등으로 인해 여주인공을 버리고, 오페라의 대단원은 프리마 돈나의 장렬한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다. 순결한 여성에게 접근하여 연애를 하자고 열심히 꾀어 놓고서는, 나중에 그녀를 버려서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남자를 오페라에서는 테너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니 궁극적으로 오페라의 드라마는 "그녀가 죽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과 그녀가 불행한 죽음을 맞게 되는 과정에 대해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스토리"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오페라 여주인공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예를 들면 '라 트라비아타' '나비부인' '토스카' '라 보엠' '투란도트' '마농 레스코' '노르마' '루치아' '안나 볼레나' '페도라' 등이 그러하다. 여기 열거된 오페라의 제목들조차도 모두 희생되는 프리마 돈나들의 이름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녀들을 지칭하는 말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결론은 결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페라의 매력은 스토리텔링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과정과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하는가에 오페라의 진가가 있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저서 , 1, 2, 1, 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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