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은 무엇이 그리 급하셔서 새해가 밝자마자 영원의 길을 떠나셨나요?
내가 아버지 곁을 떠나 결혼을 한 지도 벌써 18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시댁에선 외며느리로 차례를 지내야 했고, 정월 초이튿날은 시어머님 생신이라 해가 바뀌어도 단 한번도 찾아 뵙지 못했는데 이렇게 딸의 가슴에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한 짐을 지우고 당신은 떠나셨습니다.
한평생 병환으로 아프게 사셨던 아버지. 내가 어릴 적 초등학교 때부터 위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한 후 무려 일곱번이나 수술을 하셨습니다. 어떨 때는 전화벨만 울려도 또 아버지 아프신 건 아닌지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올해도 정월 초이틀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즐겁게 놀고 세배도 드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설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설 이튿날의 풍경을 깨는 요란한 전화벨소리에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소리에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멍멍해졌습니다.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설마설마했는데 집에 가서 아버지를 뵈니 인제는 정말 영원의 나라로 가시는 길을 준비하시는 듯 말씀이 없으시고 전에 없이 평안한 얼굴이셨습니다. 세상 시름 다 잊으시고 이젠 아프시지도 않은 듯 평온하신 아버지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 삶이 정말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5남매를 사랑으로 잘 키워주신 아버지. 자식들에게 조금도 싫은 소리 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자식의 편이셨던 아버지. 여름날 새벽이면 집 앞산에 가서 같이 버섯도 따고 또 집 뒤 강가에 가서 투망을 쳐서 고기도 잡으시고 어머니와 함께 머루랑 다래 따러 다니시고 농사철에는 열심히 농사일 하시고 어머니 그리고 우리 자식들과 함께하신 추억을 아버지 영원의 세계에서도 기억하고 계시겠죠?
어머니 걱정스러워 어떻게 눈을 감으셨나요? 우린 아버지 안 잊고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 다 기억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 풀어 가면서 재미있게 잘 살 거예요.
하늘 나라에서 우리 한번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먼 훗날 하늘 나라에서 아버지 만나 뵐 때 자식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게요.
이지희(대구 북구 국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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