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열린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가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형제다. 코엔 형제 특유의 서스펜스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스릴러물인 이 영화는 지난달 21일 국내서도 상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임에도 관객 동원은 부진하다는 후문이다.
이 형제 감독은 1984년 저예산 스릴러 영화 '블러드 심플'로 데뷔한 이후 미국 독립영화계의 新星(신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1991년 칸 영화제에서 '바톤핑크'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으나 아카데미에선 1996년 '파고'로 각본상을 받는 데 그쳤고 '오, 형제는 어디 있는가'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으로 노미네이트만 됐을 뿐, 수상은 하지 못했다. 계속 푸대접을 받던 코엔 형제는 데뷔 24년 만에 아카데미 역사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58번째 주인공이 됐다.
코엔 형제처럼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형제가 적잖다. 정치 분야에서도 로마의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와 가이우스 그라쿠스 형제를 비롯해 고금과 동서를 통해 수많은 형제 정치인들이 활약했다. 기원전(BC) 160~150년경 태어난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는 그 유명한 한니발을 격퇴시킨 로마 최고의 장군 스키피오의 딸이었다. 이들은 호민관으로서 평민을 위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다 귀족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라쿠스 형제의 죽음 이후 로마는 귀족파와 평민파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면서 공화정이 막을 내리게 된다. 내전을 빌미로 부패한 원로원 세력을 무너뜨리고 로마 황제정의 길을 연 사람이 카이사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73'포항남 울릉) 의원의 공천을 놓고 논란을 빚던 한나라당이 결국 이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노인을 위한 공천은 없다(No Public Nomination for Old Man)'는 당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누려도, 불이익을 받아도 곤란하다. 그러나 정치는 명분 싸움이다. 이 대통령과 이 의원 형제가 그라쿠스 형제를 본받기를 기대하는 국민이 적잖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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