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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제는 한승수 총리에 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어제 오후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찬성 표결에 임했고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김으로써 '한승수 국무총리'를 인정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한달 이상 이어졌던 지루한 대치 정국이 큰 고비를 넘겼다.

이제는 한 총리가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회가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그동안 한 총리를 두고 제기돼온 공직자 윤리법 위반 의혹 등 각종 문제점이 해소돼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임명동의안 처리에 사실상 '협조'한 것은 이미 여성부, 통일부, 환경부 등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켜 새 정부에 본때를 보여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내각 출범이 더 이상 지연될 경우 총선에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한몫을 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승수 총리안을 밀어붙인 것도 결코 한 총리에게 흠이 없어서가 아니다. 실용주의 시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를 맞아 다소간 흠이 있더라도 해야 할 역할이 더욱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3선 의원에다 경제부총리와 주미 대사, 외교부장관, 유엔 총회의장 등을 두루 거쳤다. 한 총리의 지명에는 이 같은 그의 경륜과 국제 감각도 높이 평가됐다. 이 대통령은 당선 후 총리의 역할에 대해 "앞으로 세계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총리가 국내적 경험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통상 및 자원외교를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새 정부의 '실용 총리'는 이제 시작이다. 한 총리는 취임사에서 "국민과 공직자들의 기대가 큰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의 모든 분야에 걸쳐 창의력과 활력이 넘치는 나라를 만드는 데 내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면서 "국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특별히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 주문도 대통령의 주문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한 총리가 경력에 걸맞은 실력으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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