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근 산문집 펴낸 안동 임하면 쌀 전업농 배용규씨

"40년간 농사 지으며 살아온 얘기죠, 뭐"

"나도 알고 이웃도 다 아는 시골 구전 이야기를 한데 모아 놓은 것뿐입니다.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이 쓴 책이 아니어서 읽는 사람들이 보태가며 읽어야 할 겁니다."

평생을 땅과 함께 살고 있는 50대 농부가 처음 책을 펴냈다. 문예미학사가 최근 발간한 산문집 '내가 당신을 안다는 것은'이 바로 그것. 쌀 전업농 경북도연합회장인 배용규(55'안동 임하면 오대리'사진)씨가 40여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쓴 '이야기 보따리'다. 전체 5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독자들을 옛고향으로 초대한다. 배씨의 독특한 해학은 독자로 하여금 웃음보를 터뜨리게 할 뿐 아니라 우리고향 농촌의 구수한 맛을 전해준다.

어떻게 농사지으며 책을 만들었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도리질부터 한다. 그저 심심하고 농한기 때는 별 할일이 없어 몇자 적어둔 것이 전부라는 것. 그래서 조촐하게 마련한 출판기념회도 초교, 중고교 동창들과 농사 관련 친목단체, 동네이웃, 책속 등장인물들만 초청했다.

'며느리는 망할년, 딸은 귀부인' '양반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해학은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일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또한 시골살이를 통해 얼기설기 맺어 온 사람들과의 관계와 삶을 농사에 비유한 색다른 접근은 한번쯤 우리의 지친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지혜가 숨어있다. 주경야독으로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다녔지만 그 흔한 이장이나 새마을지도자 자리도 한번 못해보고 반백이 다되도록 땅만 지킨 배씨. 책방마다 제 주장만 늘어놓은 선거용 책이 무수한 지금 '내가 당신을 안다는 것은' 책 제목처럼 그는 사람들과의 인연, 서로간의 공감대를 중시한다.

"못 배운 사람과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고, 촌사람과 도시사람이 서로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썼습니다."

그의 눈빛과 인연이 닿는 것은 모두 따스해지고 풍요로워진다. 어쩌면 그의 까닭모를 따뜻함과 풍요의 원천은 가족인 것 같다. 아내와 딸, 아들에게 보내는 그의 연서는 주체할 수 없는 사랑과 신뢰를 표현한다.

"군대를 갔다 온 후 스물다섯 때 논과 밭에 자갈이 많아 이를 밭으로 만들어 놓고 도시로 나가겠다는 게 지금까지 여기 눌러앉게 됐지요."

2㏊(6천여평)의 논에서 쌀농사만 지어오던 배씨. 최근 FTA 등으로 쌀농사가 걱정되자 몇해 전 3.3㏊(1만여평)의 과수원도 마련했다. 장래 희망을 묻자 '지금까지 해왔듯이 마냥 농사짓고 사는 것'이라는 그는 거창한 계획없이 그냥 이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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