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長修生을 아십니까?…더 나은 직장 찾아 열공

'장수생(長修生)을 아시나요?'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입시학원에 가면 20대 중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장수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수생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장기간 공부하는 학생을 뜻하는 은어인데 학원에선 편의상 삼수생 이상을 일컫는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장수생들은 희망 대학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의사, 한의사, 약사 등 전문직을 갖기 위해 새로 공부하는 이들"이라고 정의했다.

장수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학원계에선 종합반 수험생 중 10~20% 정도가 장수생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모(29·여)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사 자리를 버리고 2년째 수능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약사나 한의사가 되기 위해 지난해 부모님 몰래 사표를 내고 입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좋아서 선택한 길이라 힘들지는 않다"며 "지난 입시에선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반드시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광수 범성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장수생들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탓에 마음자세나 목표 설정이 분명해 대체로 좋은 성과를 얻는 편"이라면서 "오랫동안 입시 공부만 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이 갈수록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장수생들은 함께 공부하는 친구가 없는 외로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장수생 파이팅', '가자! 한의대', '대한민국-수능장수생모임', '여자 장수생… 꿈을 위하여' 등 수많은 카페들이 있다. 장수생들은 이 카페를 통해 과목별 수능시험 공부 자료나 논술 기출문제는 물론 넋두리나 격려의 말까지 주고받는다.

인터넷 카페 운영자 최모(23·인천시 남동구)씨는 "장수생들은 고3이나 재수생과는 달리 속마음을 털어놓고 고민을 나눌 친구가 없다"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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