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함께 열정은 식어가고, 기억은 희미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문학에 관한 열정은 세월의 파괴력을 거뜬히 이겨내는 모양이다. 20대 시절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다섯 번 도전했고, 두 번은 본심까지 올랐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던 사람. 생활에 쫓겨 드러내놓고 소설을 쓸 수는 없었지만 문학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김윤만(71·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가 일흔 노인이 돼 첫 소설집 '불멸의 도공(두엄출판)'을 2월 말 출간했다.
김윤만씨는 열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교육행정 공무원으로 34년을 근무했습니다. 단 하루도 문학을 잊은 날이 없었습니다. 글 쓰기는 내 필생의 꿈입니다. 꿈속에서도 글을 썼습니다."
그는 단 하루도 글 쓰기를 잊은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로 남편으로 살아내느라 그 열망을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고 했다.
소설집 '불멸의 도공' 속 단편소설인 '6·25 전야'에는 수많은 실명이 등장한다. 김일성, 스탈린, 박헌영…. 무대도 모두 실제 지명이다. 지은이는 이 소설을 사료에 입각해 썼다고 했다. 취재하느라 러시아 대사관과 국방 대학원을 몇 차례 방문했다.
"북한의 남침이 명백함에도 북침을 의심하는 자식에게 자료를 바탕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역사의식이 희미한 젊은 사람들이 한번쯤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학 평론가 구중서씨는 '김윤만의 소설은 세련미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의 소설에는 격랑의 세월을 살아온 지은이의 세계관이 녹아있다. 소재를 어디서 취하든 일관된 주제의식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작품 속 각 단편의 주제는 부모와 자식의 다른 세계관, 노조와 사업주의 상반된 입장, 인간과 비인간에 관한 것들이 많다.
"책이 나올 즈음이 되니 마치 등산복 입고 엄숙한 결혼식장 내빈석에 앉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시 혼주를 만나 축하 인사나 건네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내빈석에 앉은 모양새랄까요"
백발의 작가 김윤만씨는 막상 소설집을 내놓고 보니 민망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소설집이 청년시절 꿈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시작임을 선언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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