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 삼국지 바로 읽기

▲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설명하는 제갈량.
▲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설명하는 제갈량.

삼국지, 아니 나관중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성인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필독서처럼 숭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소설임에도 책에 나오는 내용 하나하나가 마치 역사의 한 장면처럼 독자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김운회 교수의 '삼국지 바로 읽기'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일침을 놓고 있다. 저자는 삼국지가 '중국판 용비어천가'라고 단정한다. 그러면서 삼국지 속 인물들이 얼마나 왜곡되고 과장되었는지 조목조목 근거를 대고 있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삼국지 스타 중 한 명인 유비는 삼국지 속에서 자비로 똘똘 뭉친, 의리와 백성들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성군'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는 배반을 밥 먹듯이 한 인물이다. 유비가 동승과 함께 조조를 죽이려고 모반을 계획했지만 황급히 떠나는 바람에 모반은 실패로 돌아간다. 또 유비가 조조와 함께 양봉을 죽였을 때 노략질을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댄다. 이밖에도 유봉을 죽인 일이나 여포를 죽인 일 등이 유비의 비열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비를 지나치게 칭송하다 보니 엉뚱하게 양아치인 도겸까지 존경받는 인물로 그린다.

제갈량도 마찬가지다. 최고 스타인 그는 소설 속에서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는 지략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다. 그의 첫 작품인 '천하삼분지계'는 사실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생각이었다. 더욱이 이를 주도한 것은 오나라의 노숙이었다. 또 그의 북벌은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그의 무모한 북벌로 백성들은 피폐할 대로 피폐했다. 단지 저자는 적벽대전을 이끌어낸 그의 외교력은 인정하고 있다.

최고의 무장이었던 여포는 소설 속에서 최고의 비열한 인간으로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그가 한족이 아닌 몽골계 이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폄하를 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포가 우리가 아는 패륜아였다면 어찌 의로운 인물로 평가받는 진궁이나 장막 등이 여포를 따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렇듯 이 책은 삼국지가 중화사상의 결정판이며 우리가 여기에 은연 중에 젖어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아니면 모두 오랑캐'라는 이 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삼국지는 역사를 철저히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미국 우월주의를 심는 미국처럼 우리도 자칫 삼국지를 통해 중국적 사상에 수긍하는 것은 아닐까'란 두려움이 생긴다. 삼국지 인물들을 줄줄 외우는 아이나 삼국지 내용을 자랑삼아 이야기하거나 그곳에 나오는 사자성어를 심심찮게 인용하는 어른들은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1. 저자는 삼국지 당시 시대가 삼국이 아닌 2.5국이라고 소개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중국의 외교술인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삼국지에도 자주 이용된다. 삼국지에선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아보자.

3. 삼국지에는 고구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위나라와 고구려가 큰 전쟁을 치렀는데도 왜 고구려가 빠졌을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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