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지화의 음악 막들어보기] ①또다시 음악이야기를 시작하며

좋은 음악 on-off '느낌 나누기'

어떤 음악이든 그 출발은 원시적인 소리임이 분명하다. 서구의 대중음악도 우리네 선조들의 일할 때 부르던 소리처럼 워크송(Work Song) 혹은 필드 홀러(Field Holler)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일하러 나가는 미국 미시시피 델타지역에서 일하러 나가는 흑인 일꾼들(field 2), 소위 파치맨 팜(Parchman Farm)이라고 감옥에서 죄수들이 집단 노동을 하는 모습.
어떤 음악이든 그 출발은 원시적인 소리임이 분명하다. 서구의 대중음악도 우리네 선조들의 일할 때 부르던 소리처럼 워크송(Work Song) 혹은 필드 홀러(Field Holler)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일하러 나가는 미국 미시시피 델타지역에서 일하러 나가는 흑인 일꾼들(field 2), 소위 파치맨 팜(Parchman Farm)이라고 감옥에서 죄수들이 집단 노동을 하는 모습.

10여년이 훌쩍 지나 또다시 음악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최근에 기자가 서구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것이 1996년 3월이었습니다. 이듬해인 97년 11월까지 약 70회에 걸쳐 '재즈 세계'라는 제목으로 본지에 연재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때는 자료가 너무 부족해 수입 음반을 구해 속지나 겉표지에 쓰인 뮤지션에 대한 소개말을 번역하기도 하고, 책에서 본 이야기들, 그리고 어쭙잖은 감상 같은 것을 보태 기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대의 비애였겠지요? ^^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 7월부터 94년 11월까지(107회) '재즈 스토리'를, 그보다 앞서서는 록 이야기를 100여회에 걸쳐 각각 주간매일에 연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록은 덜했지만 재즈의 경우는 제게도 생소한 것이어서 자료를 구한다고 꽤 많은 고생을 했고, 재즈에 이어 블루스도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어 포기해 아쉬웠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돈 체리(Don Cherry: 트럼펫)나 얀 가바렉(Jan Garbarek: 색소폰), 스코트 라 파로(Scott LaFaro: 포스트 밥 베이스), 존 서먼(John Surman: 색소폰), 미로슬라브 비토우스(Miroslav Vitous: 베이스) 등 다소 비주류에 서 있던 뮤지션들을 소개한 보람도 있었습니다. 또 그 이전에는 문화부에 있었던 터라 빌보드 재즈 차트를 구해, 키스 자렛(Keith Jarrett: 피아노), 팻 메스니(Pat Methney: 기타) 등이 새 음반을 발매한 기사나 알 콘(Al Cohn: 테너 색소폰), 자코 파스토리우스(Jaco Pastorius: 베이스)의 사망기사를 쓴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로부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구하지 못할 자료가 없고, P2P 사이트에서는 못 구할 음악이 없을 정도의 시대가 됐습니다. 이는 과거처럼 외국 출장 때마다 밤거리를 다니며 레코드 가게를 뒤지고, 잘 아는 음반 가게에 선금을 찔러 주고 수입 음반이 들어오길 학수고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시작하는 음악이야기는 뮤지션 소개라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합니다. 록과 블루스, 재즈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진 않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단 한장의 음반을 놓고 뒷이야기나 느낀 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주제별로 음악을 묶거나(이를 테면 3월(March)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그룹이나 곡들, 비노래 모음 등등의 형식이 되겠지요), 혹은 감수성이 뛰어난 문인들이나 화가들과 교유해 그들이 느끼는 음악이야기도 해 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한달에 한번쯤은 음악감상회도 열고, 독자분들을 초대해 개개인이 알고 있는 비장의 음악이야기(?)도 곁들일 생각입니다. 또한 기사에 소개될 곡들은 사전에 본사 홈페이지(www.imaeil.com)에 올려두어 미리 들어보고 '느낌 나누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사실, 음악에 관한 한 숨어있는 고수가 너무나 많아 부담이 크긴 하지만, '무지=용감'이라는 뻔뻔스러움으로 지면뿐 아니라 on, off-line에 걸쳐 새롭게 음악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정지화 편집위원 jihw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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