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 신학기와 꿈

영어단어 3월(March)은 로마의 군신(軍神) 마르스(Mars)에서 유래되었다. 그렇다. 3월은 만물이 생존과 번식, 가을의 알찬 결실을 위해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치열하게 전투를 시작하는 달이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조차도 처음에 자리 잡기를 잘못하면 꽃을 피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을에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자연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사생결단의 처절한 경쟁을 하면서도 상호조화와 상생이라는 대자연의 전투 수칙을 반드시 지킨다. 이를 어기는 곳에는 공멸과 황폐함만이 남게 된다.

3월 첫째주의 교실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새로 만난 급우들과 사귀면서 동시에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선두다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학기에 학생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전투를 시작하는 병사들의 그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교실에도 대자연의 전투 수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상호조화와 우정, 상생의 법칙을 망각하고 오로지 무한 경쟁에만 매달리는 학생은 생활의 즐거움과 여유를 상실하게 되고, 결국은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이 만들어내는 피로와 의욕상실 때문에 스스로 파괴된다. 대자연은 만물로 하여금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경과되어야 꽃이 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고 새끼를 낳게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알차고 충실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요점과 급소를 찾아다니며, 요령과 편법을 좇는 학생은 결코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없다.

차동엽 신부의 '행복코드'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는 신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꼭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미지의 세계로 탐험 항해를 하던 중에 물과 식량이 동이나는 상황에서 선원들로부터 귀항 압력을 받았을 때 콜럼버스는 태연하게 성경을 읽으며 '나는 나침반이나 선박의 가능성을 믿고 항해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나를 움직이는 힘은 꿈과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느낄 때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며 '꿈은 그것을 품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되어 준다'라고 했다.

반드시 봄이 오리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으며 긴긴 겨울을 인내한 뿌리만이 찬란한 봄날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올 한해 동안 가슴 뿌듯한 성취의 순간도 많겠지만, 힘들고 어려운 때도 많을 것이다. 순간순간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며 여유 있게 걸어가자.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 화기를 닦고 기름 치는 병사처럼 신학기를 맞이하여 자신의 꿈을 먼저 점검해 보자. 꿈이야 말로 절망과 좌절의 순간에 나를 이끌어 줄 희망의 등대이며, 어떤 전투에서도 최종적인 승리를 보장해 줄 가장 확실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윤일현(교육평론가·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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