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제는 경북도교육청 사이버 논술 교실(http://www.kben.org/)에서 출제한 2007학년도 2학기 논술 제8회 고등학교 2학년용 문제입니다.
문제의 큰 틀은 '문명 통합과 정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크게 보아서는 '세계화'의 문제입니다. 오늘날 지구촌의 세계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우리 나라도 이 물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든, 세계가 우리에게 다가서든 문명의 충돌과 자기 정체성의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과연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대비가 어디까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어떤 대비가 되어야 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문제 게시판의 322번 자료와 첨삭 지도(고) 게시판의 902번 자료를 참고하세요.
① 세계화 시대인 현대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날로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농촌 사람들의 국제 결혼도 몇년 새 눈에 띄게 늘었다. 방송에서도 쉽게 혼혈인 스타를 찾아볼 수 있으며, 국제결혼이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 과정에 따른 문제점 또한 ㉠발생하였다.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였으며 그 대처 방안은 무엇일까?
② 제시문 (나)에서 일레인의 아들이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이 놀리는 이유는 그가 캐나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은 우리 사회에서도 만연해 있는 것이다. ㉡단일 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배타적인 경우가 많다. 이들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편견을 버려야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여야 한다.
③ 또한 제시문 (가)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나라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코시안들은 학교에서 받는 교육을 따라가기 힘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역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한국말에 서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④ 교육적 지원뿐 아니라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제시문 (가)에서 드러나듯이, 재정적 문제로 인해 아이들을 교육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제시문 (나)의 가정은 그래도 부모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는 (가)의 경우에는 배우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전반적인 경제적 도움까지는 힘들겠지만, 무상 교육과 같은 지원과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⑤ 사회의 문제점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되기란 힘들다. 개개인이 사회적 의식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직시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색들로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인종주의와 혈통주의를 지양하고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융합될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박혜린(안동여자고 2학년)
이 문제에서 풀어야 할 논제를 세분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가)와 (나)에 보이는 현상의 배경
-문명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체성과 적응 문제(세계화의 양방향성)
② 우리 사회의 문제점 분석하기
-다른 문명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식, 제도적 문제점(개인-사회-정부)
-다른 문명에 적응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개인-사회-정부)
③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제시하기(양방향성)
-문제점을 문명 통합의 관점에서 풀어내기 위한 방안 제시
이 문제의 초점은 '문명 통합과 충돌'이다. 우리 사회가 그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모색하여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 자체의 국지적인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이기에 일단 그러한 관점 아래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문제를 좁혀보더라도 우리 사회에 미시적 초점을 둘 경우, 제시문 (가)와 관련된 대책만 나오기 쉽다. 제시문 (나)와 관련된 문제, 즉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양 또는 이민 과정에서 적응 문제에 대한 대책을 놓치기 쉽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가)의 입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따를 수 있다.
제시문 (가)
우리 사회에 유입된 다른 문명 특성을 가진 동남아시아인들의 부적응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부적응 문제가 그들이 이룬 가정의 문제에서까지 확산되어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언어지체 현상과 관련지어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다문화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가지는 배타성의 문제점과 포용력에 관해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제시문 (나)
다른 문명으로 유출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적응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입양이든 이민이든 다른 문명에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부적응을 정체성과 관련지어 다루고 있다. 아울러 '일레인'이라는 여성의 다문화사회 문제 해결 노력과 포용력을 통해 우리 사회에 교훈과 자성의 계기를 전해주고 있다.
이 두 제시문은 '세계 문명의 통합과 충돌'을 양방향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해답도 이 양방향을 포괄할 수 있는 관점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① 서론 단락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점을 밝혀주지 않으면 뒤에 문제점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 1천400자 정도의 논술에서 서론을 두 개 단락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분량 배분이 적당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서론은 최대한 기능적으로 간결하게 써야 한다. 그 기능성 중 하나가 어떤 문제점을 밝혀주는 것이다. 문장 간 연결은 매우 매끄럽다. 단 ㉠은 '발생하고 있다'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
② ㉡과 같은 인식은 좋다. 그러나 제시문 (나)의 단락 요지 또는 본질이 '다른 민족에 대한 배타적 태도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문화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의 문제' '다른 문화권 사람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일레인 가족)'이다. 주어진 제시문을 자신의 논거로 삼고자 일부를 떼어 쓰면 자칫 제시문을 왜곡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문제의 큰 틀을 파악하는 데 다소의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라는 발문을 우리 사회 문제로 국한하여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문명 통합의 양방향에 대한 인식의 틀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의 활용이 좀 더 바람직하였으리라 생각된다.
③ ②와 마찬가지로 '원인 분석+극복 방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 단락에서는 배타적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극복 방안을 서술하였다면 이번 단락에서는 한국어 교육 부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극복 방안을 서술하고 있다. 다음 단락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방식은 얼핏 보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인다.(하나의 문제점에 하나의 해결책 제시) 그러나 원인 분석이나 극복 방안 자체의 깊이 있고 체계적인 논리 구조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원인을 어떠한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가'하는 밀도 있는 접근이 어렵게 된다.
④ ㉢에서 일레인 가족과 코시안 가족을 동등한 차원에서 비교하고 있는데, 잘못된 비교다. 이들 가족 사이에는 입장의 차이와 방향성의 차이가 있다. 한쪽은 수용의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편입의 입장이다. 그리고 일레인 가족은 문제 풀이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극복 방안의 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⑤ 정리 단락이다. 비유도 참신하고 적절하다. 문명 충돌의 해결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들의 인식 문제이다. 이것을 잘 지적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다름에 대한 포용이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논리 전개와 문장력이 돋보이는 논술이다. 단락 간 연결 관계나 분량, 전체적 구성도 좋다. 통합논술 쓰기의 기교적인 면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것 같다. 미흡한 점을 지적하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문제 인식의 단계에서 좀 더 넓은 시각 또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어떠한 문제를 인식하고 나면, 나머지 내용도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단계의 문제 인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의 논술은 시각을 국내로 고정하고 제시문을 판단하니까 제시문의 본질을 놓치기도 하고 문제를 분석하는 데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둘째, 문제 풀이 과정의 체계성과 밀도이다. 학생의 논술은 단순한 나열식의 원인 분석과 해결책으로 전체의 조직력이 약하다. 논리와 근거들의 상하좌우 관계가 구조적으로 잘 짜여 있어야 밀도 있는 논술을 할 수 있다.
홍경표(안동여자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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