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글로벌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의 CEO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하기 때문에 그들의 근무지는 어쩌면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비행기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세계를 활동무대로 삼고, 세계적 전문가들은 예외 없이 1년에 통상 4, 5개의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글로벌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출신지역과 활동지역이 일치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새로운 유목민들이다.
움직이면 살고 머물면 죽는다는 유목민의 원리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스스로 움직이면 살 수 있지만 기존의 관습과 제도를 고수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기업과 비즈니스는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달려가는데 미래를 책임질 대학들은 10마일의 속도로 기어가고 있다면, 이러한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에 취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기관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 움직여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학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새내기 대학생들은 먼저 글로벌 유목민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냥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세상이 열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포착하고 세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대학생들은 대체로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경향을 보인다. 대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대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교사, 공무원 같은 안정적 직장을 선호한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관리자 같은 억대 연봉의 직업을 갖고자 한다면 유목민이 되어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은 정주하는 직장을 갖기 위해 열람실에 정주한다. 적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소수의 학생들만 성공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들이 소모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울 뿐이다.
글로벌 시대에 눈을 세계로 돌리면 오히려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글로벌 시대의 유목민이 되려면 세 가지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첫째,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능력이다. 여기서 많은 학생들은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수준의 지식은 꼭 와튼 스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스페인 IE 경영대학원의 MBA 과정을 통해서만 얻는 것은 아니다. 피 튀는 경쟁의 영역에서 넘버원이 되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여 "온리 원"(Only One)이 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해외 봉사활동과 NGO 조직의 참여 등을 통해 글로벌 무대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둘째, 세계화 시대의 유목민은 인종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협동할 수 있는 글로벌 문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전문능력이 '하드 스킬'이라면,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문적 능력은 '소프트 스킬'이다. 소프트 스킬에는 물론 음식문화도 속한다. 외국에 나가서도 김치와 찌개를 먹지 않고서는 하루도 견딜 수 없다면 결코 글로벌 유목민이 될 수 없다. 자신의 음식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고 싶은 나라의 음식과 전통에 친숙해지는 것이 글로벌 마인드이다.
셋째, 글로벌 유목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국제적 의사소통 능력이다. 자신이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갖추고 좋은 품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표현될 수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듣고 말하기 중심의 영어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세계로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유목민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도 확실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인생여행을 시작하는 우리 새내기 대학생들도 글로벌 유목민이 되어 여행을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우 계명대 총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