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널뛴 물가 잡아라" 발등 불 떨어졌다

지난달말 개업한 대구 중구 삼덕네거리의 한식뷔페식당. 이 곳은 개업 한달도 되지 않아 점심식사 인원이 120여 명에 이른다. 삼덕네거리 인근 봉급생활자들이 '싸고 푸짐한 밥상'을 찾아 몇 블록을 걸어서까지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 식당의 성공 비결은 밀가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덜 오른 쌀을 이용해 식사를 만들기 때문. 8~10가지 정도 반찬이 나오는데 가격은 3천500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 자장면보다 싸네"라는 말을 하며 이 곳을 찾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 모든 사람들이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가 나서서 '지발 좀 물가를 잡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가, 얼마나 올랐길래?

대구시내 1천원짜리 김밥집 상당수가 지난달말부터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한줄에 1천원 하던 김밥이 1천200원, 많이 받는 곳은 1천300원까지 받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1천원짜리 김밥이 200원만 올라도 무려 20% 가격상승이다. 20%의 물가상승률은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해당하는 것이다.

장바구니 물가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대구경북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만 봐도 '물가 폭등세'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밥상에 오르는 배추는 지난달 94.2% 올랐고, 무가 74.2%, 부추는 67.6%나 상승했다. 풋고추도 58.4% 값이 뛰었다. 물엿 30%, 경유 27.4%, 취사용 LPG는 26.9%나 값이 상승했다. 식당의 라면값은 25.6% 값이 올랐고 자동차학원비도 17.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부 강현주(38·대구 수성구)씨는 "아이들 피아노 학원비도 올리겠다는 편지를 최근 받았다"며 "정말 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이라고 했다.

◆자고나면 최고치 경신하는 국제원자재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닥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단기간에 한풀 꺾일 가능성이 없다는데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의 돈'이 원자재 등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 원자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름값이 자고 나면 오르고 밀, 옥수수 등 밥상에 오르는 식품의 원료까지 급상승, 지갑 열기가 두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국제 상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유가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인 1980년 오일쇼크 당시의 수준을 넘어서고 금 값은 온스당 1천달러 시대에 성큼 다가서는 등 국제경제에 원자재 충격파가 우려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61센트(0.7%) 오른 배럴당 102.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에는 배럴당 103.95달러까지도 치솟아 지난달 29일 시간 외 거래에서 기록했던 103.05달러의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역대 최고치인 1980년 '오일 쇼크' 당시의 103.76달러(당시 가격은 38달러)도 28년 만에 넘어서' 진짜'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과 백금, 구리 가격도 잇따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NYSE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이날 지난주 종가보다 9.20달러 오른 온스당 98 4.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값은 장중에는 온스당 992달러에 거래되며 1천달러선에 근접, 역대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17% 올랐다. 4월 인도분 백금 가격도 이날 온스당 2천245달러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곡물가격도 콩과 옥수수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면서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콩은 3.3% 오른 부셸당 15.86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인도분 옥수수도 장중에 부셸당 5.7375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앞서 밀 가격도 지난달 27일에 부셸당 13.4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국제 쌀값도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쌀 값에 있어 국제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태국의 쌀 가격은 지난주 t당 400달러를 기록, 1989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대구시·경북도 대책

정부에 이어 대구시, 경북도도 물가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물가안정대책반을 가동하고 재래시장 및 백화점 대형소매점 등을 중심으로 일일 가격동향 감시 기능체계를 강화하며 경찰 국세청 등과 합동물가단속반을 운용하기로 했다. 또 물가가 크게 오른 품목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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