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평범한 주부가 왜 총을 들었을까

엄마는 저격수/오기와라 히로시 지음/박현석 옮김/나래북 펴냄

요코는 평범한 주부다. 남편 고헤이, 딸 다마키, 아들 슈타와 얼마 전에 산 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녀는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마당을 가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다. 어떤 아내에게나 그렇듯 그녀에게도 평범한 남편과 아이들이 있다. 남편은 회사 일로 자주 투정하고, 사춘기가 된 딸 다마키는 말수가 줄었을 뿐이다. 아이들 학비와 사교육비, 주택융자금…. 그녀의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총을 들었다.

전화를 걸어온 K는 그녀에게 '일을 함께 하자'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 요코는 거절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K가 의뢰한 '일'을 아일랜드계 할아버지인 에드(요코는 혼혈이다)가 남긴 레밍턴 총으로 능숙하게 처리한다.

혼혈인 요코는 미국에서는 동양인(이방인)으로 지냈고, 일본에서는 혼혈인(역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그녀의 남편 이름이 고헤이(아주 평범함을 나타내는 이름)인 것은 우연 같지만 그녀가 얼마나 평범한 가정, 평범한 생활을 추구하는지 보여주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주부에게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총을 들고 살인에 나선다.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 설정은 실제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 조금씩은 투영돼 있기 마련인 특이함, 가족사의 비극과 치유, 갈등과 사랑을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극복하는 한 개인의 노력을 보여준다.

그녀가 지키고 싶은 가정과 집(일상 혹은 생활로 해석해도 좋다)은 소박하다. 살기 시작한 1년 반밖에 안 됐지만, 외벽의 아이보리색 페인트는 빛이 바래기 시작했고, 회색 지붕도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빗물받이 밑에는 빗물이 스며든 얼룩이 있고, 2층 창 밑에는 벌써 금이 가 있다.

소설은 나와 관계없는 사람의 평범한 사연을 주관적 시선으로 바라 볼 때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424쪽, 1만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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