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얼굴의 동물보호협회] (중)협회 지원비 과다청구 의혹

유기동물을 조기 안락사시키거나 몰래 분양을 해 논란을 빚고 있는 (재)한국동물보호협회(이하 협회)가 임신한 유기동물은 잡히는 대로 안락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구로부터 받는 각종 지원비를 과다청구해 받았는데도 관리감독기관인 시·구청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금은 '눈먼 돈'이었다.

◆새끼 밴 동물은 모두 안락사=본지 기사 보도(3일자 8면)후 지난해 협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A씨는 "봉사기간 중에 유기동물 중 임신한 것들은 곧바로 모두 주사를 놓아 안락사시키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친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안락사시켜 도저히 봉사를 더 할 수 없었다. 말없는 동물이라도 고귀한 생명을 너무 쉽게 하늘에 보냈다"고 제보했다.

A씨에 따르면 건강이 좋지 않거나 피부병을 앓는 유기동물은 협회장 K씨가 만든 '분홍약'을 먹였고, 일부 회원에게는 안락사를 시키는 데 쓰이는 근육이완제 '석시콜린'을 보내 주기도 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협회장 K씨는 "제2, 제3의 유기동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임신한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해명했다.

◆지원금 과다청구 의혹=협회는 대구의 7개 구청과 '유기동물 보호관리 사업'을 위탁·계약하면서 법적 보호기간(예전 30일·1월 27일 법 개정으로 현재 10일) 동안 보호하면 보호관리비를 받고, 포획인원은 2인1조 2개팀으로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협회는 상당수 유기동물을 잡자마자 안락사시키면서도 구청에 보호관리비를 신청해 받고, 1인1조 2개팀으로 움직이면서 2인1조 인건비를 받아온 것처럼 꾸몄다. 한 전직 직원은 "지난해부터 1인 1조으로 모두 2명이 움직였다"고 확인해줬다.

취재팀이 7개 구청으로부터 입수한 '2006, 2007년 유기동물 관리대장'을 분석한 결과, 유기동물 신고는 모두 5천618건이었고 이중 포획 즉시 안락사시키면서 허위비용을 청구한 것은 1천250건, 4천여만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 2인1조로 일한 것처럼 꾸며 1천432차례에 걸쳐 1억9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건비 중 5천만원가량은 '가짜 인건비'였다.

협회는 지난해 12월 7개 구청이 '민간위탁업체 합동점검'을 벌이자 다른 일을 하는 직원 A씨, B씨를 2인1조 포획반인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유기동물 끼워넣기(?)=협회는 한 지역에 수차례 출동해도 포획운송비가 하루 1차례로 고정된 점을 악용해 유기동물을 끼워넣기하면서 포획비를 받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협회 전 관계자는 "한번만 출동해도 7만6천원(2인1조 기준)을 받기 때문에 당일 타지역에서 신고가 없을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잡은 동물을 그곳에서 잡은 것처럼 끼워넣기를 했다"고 폭로했다.

취재팀이 협회 직원의 성명, 전화번호를 입수해 지난 2년간 신고된 5천618건의 유기동물 대장을 분석해보니 직원이 직접 신고한 것은 모두 123건이었다. 직원이 이름을 바꿔 신고자로 접수하는 등 시민 제보에 의해 잡아온 것처럼 신고대장을 조작하기도 했다. 간단한 서류조작으로 2년간 1억원 가까운 지원금을 더 받았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직원이 포획활동을 벌이면서 직접 포획한 경우도 있다.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어떻게 관리했기에=한해 수천만원씩 지원하는 각 구청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지원비가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감사를 벌인 적이 한차례도 없었다. 협회가 매 분기말 구청으로 보내는 관리대장에 '안락사'로 표기해 놓고 보호관리비를 청구했음에도 확인절차 없이 고스란히 지원비를 지출했다. 협회는 2006년 각 구청과 재계약하면서 근무인원이 8명으로 보호인력과 포획인력의 중복이 없고 겸업도 없다는 조건이었지만 근로계약서 확인 결과 그 기간 직원은 6명뿐이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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