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과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영어공교육 강화 선언까지 하면서 한국어 교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 전국에 영어열풍이 몰아치면서 국내에 유입되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도 그만큼 필요하게 된 것이다.
◆너도나도 한국어교사
지난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센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수료 한 전진애(32·여)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몸이 됐다. 수료직후 국립국어원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해 '한국어 교원 3급' 자격증을 취득한 그를 모시려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북대 국어생활상담소 '한국어 교육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김미연(36·여)씨도 요즘 몸값이 급등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교수로 가는 길이 험난해 보이던 차에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국어생활상담소는 그에게 행운을 선물했다. 김씨는 "지난해 정부가 합격자 발표때까지 수료하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시험 규정까지 바꾸는 등 한국어 교사 수요가 엄청나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어 교사의 수입도 상당하다. 지역 대학에서 개설한 한국어 강좌의 시간당 강의료는 평균 2만5천원 정도. 1주일에 5일 동안 매일 4시간씩 강의할 경우 1주일에만 50만원까지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전씨는 "행정기관이나 외국인단체에서 초청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경우 시간당 5만~7만원까지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한국어교사 양성
2000년 이후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유입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05년 한국어교원 자격제도를 신설했다.
이후 국립국어원은 전국 12개 대학의 국어상담소를 지정해 이곳 과정을 마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지역에선 경북대 국어생활상담소와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센터가 포함됐다.
최근엔 다른 대학들도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한국어 교사양성에 뛰어들었다. 학부와 대학원과정을 개설하는 학교도 생겼다.
계명대 국제교육센터 정지용씨는 "얼마전만 해도 대학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학과를 개설한 학교도 없었고 교사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아 대부분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과 등 인접학과 졸업생들이 주로 한국어 교사로 채용됐다"며 "하지만 이들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문 지식이 부족해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전문적으로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대학마다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기관도 동참
대구 동구청은 지난해 '명예통역관 제도'를 만들어 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매일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을 2011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통역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
동구청 변헌 국제통상담당은 "올해는 지역 사회복지관과 일부 동사무소에도 한국어 교육과정을 만들어 외국인들에게 가르칠 계획이어서 더 많은 한국어 교사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이 한국어 교사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동구청뿐만 아니다.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경상북도도 최근 계명대 국제교육센터와 손을 잡고 '경북 결혼이민여성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대구 달서구청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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