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민족 다문화 사회] 기고-선택받지 못하는 국내 화교들

세계 2위의 민족상권, 세계 3위의 경제 세력. 세계 경제권력 순위에서 화상(華商)들의 입지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최근 정부가 세계 경제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화'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각종 혜택 등을 펼치며 유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투자를 매개할 한국 화교들은 거상들에게 한국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서운함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화교들 중 한국화교가 가장 못산다는 것은 화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화교들은 그 이유를 부의 주요한 축적 수단인 부동산 소유를 제한한 한국의 정책 탓으로 돌린다. 임오군란 때 중국 군인들을 따라 한국에 들어오게 된 잡역부들은 '주막의 국밥' 밖에 없는 한국의 음식문화에 호떡, 자장면이라는 색다른 음식문화를 선보이며 요식업에 뿌리를 내려갔다. 번창해가던 화교식당들은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매입 제한으로 거주에 제한을 받게 됐고, 잔칫상을 줄이게 한 가정의례 준칙 등으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돈을 번 화교들은 영업장을 확장할 수 없는 한국을 버리고 미국과 호주, 캐나다로 떠나갔다. 토지 수요제한 규정이 90년대 말 풀리긴 했지만 화교의 열악한 호주머니 사정은 급등한 국내 토지 소유를 사들일 형편이 되지 못했다.

남게된 화교들에게 한국 정부와 사회는 각종 제한과 '되놈'이라는 멸시의 눈총을 보냈다. 귀화의 조건을 까다롭게해 못사는 화교들이 한국인이 되는 것도 막았다. 화교에게 영주권을 부여한 것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준 것도 최근의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가 화교자본을 비롯한 외자 유치에 매달리면서부터다.

중국경제와 화교·화상의 존재는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인천, 부산 등 지자체들은 차이나타운을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경주중이다. 그러면서 화교에 대한 차별 조치는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소수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사회로 가기에는 발걸음이 바쁘다. 내국인과 똑같은 의무를 지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한 국내화교들.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보장해주는 것은 우리 전부의 몫이다.

장병옥 계명대 국제학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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