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보다 컴퓨터를 통해 읽는 것을 더 좋아하고, 연필로 쓰기보다 자판 두드리기를 원하는 현대인에게 서점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것을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한다. 간접 경험은 독서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며 간접경험을 통해 생각을 키우는 것이 독서의 본질이다. 이것이 독서의 가치이자 우리가 서점을 찾는 이유이고 서점의 존재 의미이다.
우리나라 서점은 1970년대 마을마다 작은 규모로 생기기 시작해, 1980년에 이르러 교보문고, 종로서적,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 생겨났다. 하지만 당시에는 먹고사는 일이 급했고, 참고서 위주의 실용서 판매가 대부분이었다.
얄팍한 술수로 취급되었던 처세서, 자기계발서도 90년대를 지나면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 경제성장으로 교육열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판매됐고, 지금 대형서점의 기초를 이루었다.
이제 서점은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친구, 연인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90년대의 서점가 발전을 기반으로 생겨난 3대 대형서점이 2000년대에 이르러 지방에 지점을 내기 시작했다. 지방 서점가에도 대형화가 진행된 것이다. 서점은 대형화, 현대화를 통해 기존의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만남의 장소, 문화공간이 되었다. 서점 안에서 한자 공부방을 만들기도 하고 독서와 관련된 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시민들의 인식도 변했다. 이제 시민들에게 서점은 오직 책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 약속한 사람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곳, 다양한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 다른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그래서 오늘날 서점풍경을 무엇이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안에 책이 있고,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고, 약속이 있으며, 어제와 오늘, 내일이 있고, 이제는 추억을 새기고 더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점의 역할과 기능은 앞으로도 더 깊어지고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서의 본질을 중시하면서 독자와 작가가 교감을 확대하는 공간, 친근한 삶의 쉼터이자 배움의 공간, 진한 커피 향처럼 문화의 향기 가득한 장소가 될 것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며 책을 고르는 어린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독서에 열중하는 학생들, 책을 통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는 직장인들, 돋보기안경을 쓰고 작은 글자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풍요롭고 아름답다.
채승규(교보문고 대구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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