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 제정은 1908년 미국 맨해튼의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정당에 소속된 여성들은 그 이듬해 2월 마지막 일요일에 여성선거권 획득을 위한 집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1909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뉴욕의 의류산업 여성노동자들의 대대적인 파업과 투쟁은 일하는 여성의 존재와 비중을 미국사회에 뚜렷이 부각시킴으로써 여성의 날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1910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서는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국제여성의 날'에 관한 결의가 채택됐다. 이후 1911년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에서 국제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으며, 1922년부터 매년 3월 8일에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관행이 국제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 중반인 일제강점기부터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일제 탄압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기도 했으며, 해방 후 '조선부녀총동맹'은 1946년과 1947년 3월 1일부터 8일까지 부녀해방투쟁 기념주간을 설정,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1948년 이후 사회적 격변과정에서 기념행사는 맥이 끊어졌다. 이후 1985년 3월 8일 전국 14개 여성단체가 주축이 되어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을 주제로 한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리면서 명맥을 이었고 1987년 2월 1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창립한 후, 매년 3월 8일을 전후하여 2007년까지 23차례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1994년 3월 19일 열린공간Q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열린 정치, 생활정치 실현을 위한 여성의석 20% 확보'라는 슬로건 아래 7개 진보적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제1회 대구경북지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1996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 결성되어 매년 3월 8일을 기념하는 대회가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했다.
6일 경북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100년 3·8 대구경북여성대회'는 여성 빈곤과 차별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사회를 열자는 슬로건 아래 지역의 진보적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18개 단체가 참석을 했다. 함께 나눠서 더 풍요로워지는 공동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공동체, 다민족 다문화가 공존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과제도 선정했다.
3·8 세계여성의 날이 되면 필자는 그동안 치열하게 살다간 여성들을 떠올리며 현실을 생각해본다. 여성가족부마저 폐지하고 허울뿐인 여성부를 존속한 채 그나마 전체 각료 15명 중에 여성은 억지로 부활시킨 여성부 장관 1명뿐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성을 단순히 구색 맞추기 정도로 보고, 폭넓은 여성인재풀을 찾아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남성임금 대비 63%,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 67.6%,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의 절대 다수인 여성, 남성 한부모 가구주보다 3배 높은 여성 한부모 가구주의 빈곤율, 희망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면 오히려 그 희망은 두걸음씩 물러서는 것이 여성의 현실이다.
이제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그동안 여성계가 이루어놓은 많은 여성관련 정책과제들이 후퇴하지 않고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이로써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전체 이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물신주의를 극복하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 장애인·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노동권과 인권·복지가 보장되는 세상,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세상, 돌봄노동의 사회화로 돌봄과 나눔의 생활공동체가 살아있는 세상, 생명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상생의 세상을 여성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여성이 주체가 되어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영순 (사)대구여성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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