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무원칙 공천' 비판 커지며 최대 위기

한나라당 공천이 '계파간 안배' 등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일면서 한나라당 공천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창출하지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고, 더욱이 서울·수도권은 물론 최대 지지기반으로 여기고 있는 대구경북조차 한나라당의 무원칙 계파갈라먹기 공천에 등을 돌리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이 당초 표방한 개혁공천을 못하고 있는 배경은 뭘까?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의 주류인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측과 비주류로 전락한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물론 강재섭 대표에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당내 실력자들까지 가세, '적절한 비율'로 공심위를 구성한데서부터 비롯됐다.

또 친이 측은 2월 조기공천을 주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한바탕 일전을 치르기도 했다. 여기에 공심위 구성 당시 친박 측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던 이방호 사무총장이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다시 한 번 삐걱거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공심위는 당의 공천 방침을 재확인하듯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계파를 떠나 오로지 유능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후 한 달. 한나라당 공천은 당과 공심위에서 거듭 강조한 개혁공천을 하고 있을까?

국민 여론은 한마디로 '노(NO)'로 집약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나라당이 말한 개혁 공천 성적표는 충남에서 60대 후반의 고령 현역의원 1명만 공천에서 탈락시킨 게 전부. 친이·친박 간 세싸움으로 변절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의 개혁공천이 계파간 갈라먹기식 구태 공천으로 흐르자 지난 3일 정몽준 최고위원 등은 "공심위원들이 지나치게 계파적 시각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며 공심위원 교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심위는 당 중진 등의 경고에도 계파 측이 보내는 쪽지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인명진 당윤리위원장이 비리혐의자와 당적을 이리저리 옮겨다닌 철새정치인 등에 대한 공천 결정을 비판하고 이에 최고위원회의가 보류 요청을 해도 공심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개혁공천을 통한 새로운 여의도정치를 바라는 민심에 대해 한나라당은 6일 뒤늦게 '계파에 상관없는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이 공천 첫 단추로 과거 당의 간판급 인사를 대거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시키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 충격'을 받은 한나라당은 뒤늦게 영남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할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텃밭으로 인식되는 영남권에서 경쟁력없는 현역의원들에 대한 교체시도는 바람직하다는 민심을 수용할 태세다. 하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이 아니라 물갈이를 흉내낸 계파개혁적 공천이 될 공산이 크다는 비판도 당내에서 적잖게 일고 있다. 현역의원을 교체하더라도 자파 정치신인을 공천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재의 계파간 역학구도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감지되고 있다.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영남권물갈이가 한나라당 공천개혁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지역정치권은 우려하고있다. 세대교체와 물갈이는 영남권뿐 아니라 총선 최대승부처인 서울 수도권에서 동시에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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