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섭(41)은 변함이 없다. 1980년대 말 뭇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친근한 오빠 모습 그대로다. 수 많은 아이들 스타가 떴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변진섭은 오랜시간 그대로 팬들의 곁에 있어 줬다.
그런 변진섭이 지난해부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더욱 반갑다. 변진섭은 지난 가을 11집 '드라마'를 낸 이후 여러 방송을 누비며 중견가수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11집은 변진섭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살아있는 서정적인 발라드 앨범. 타이틀곡 '사랑을 보내고'가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최근에는 후속곡'화이팅'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화이팅'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명승부를 연출했던 여자 핸드볼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영상을 뮤직비디오로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간 여러가지 음악적 시도를 해 봤어요. 그런데 그게 결국엔 다 욕심이더라고요. 그냥 내 색깔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만들었어요. 느낌은 편안하지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팬들이 가장 많이 사랑해주는 내 모습이 가장 변진섭다운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생각은 많았지만 음반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새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게 자신이 팬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그간 11집에 매달렸다.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신세대들에게는 복고적인 느낌으로 신선하게 다가가고 싶고요. 지난 앨범은 발매 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이번 활동이 7~8년만인 것 같네요.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변진섭은 팬들을 위해 직접 작사도 했다. 앨범 수록곡 가운데 '엔젤(Angel)'은 그를 사랑해주고 아껴준 팬과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진섭이 직접 쓴 곡이다.
아이돌 스타처럼 열정 가득한 인기를 얻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앨범이 나온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MBC '음악중심' 파워스테이션에서 후배 가수 양파와 듀엣 무대를 가지면서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엠넷의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도 출연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변진섭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그는 지난해 가을께부터 KBS 2TV '불후의 명곡' SBS 토크쇼 '야심만만' 등에 출연해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심지어 MBC '황금어장'의 인기코너 '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해 재치를 뽐냈다.
"제 음악을 노출시키는데 음악프로그램에만 출연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까 저도 거기에 따라야죠. 김종서 같은 신비주의 가수도 요즘 완전히 변신을 했잖아요. 전 그렇게까지 하진 못하지만 그냥 여유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방송에 출연하려고 해요."
자신의 색깔과 어울리지 않은 프로그램도 마다하지 않지만 그것만 보고 변진섭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한번도 신비스럽게 자신을 포장하거나 팬들의 곁을 떠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놀랍다기보다 반갑다.
깜짝 놀랄 만한 것은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듯한 예전 그대로의 얼굴과 중견가수답지 않은 털털함이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를 만난 날에도 그는 편안한 카고 바지에 보랏빛 후드점퍼를 입고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인들처럼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는, 그런 절차가 없잖아요. 그냥 흐름이 정지된 것처럼 같은 일을 하니까 변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나 봐요. 피부가 좀 까매졌는데 변하지 않았다니 감사하네요."
변진섭의 변함없는 얼굴은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 덕택이기도 하다. 2000년 12세 연하의 수중발레 선수 이주영 씨와 결혼한 변진섭은 가정생활에 대해 묻자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부인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현재 그는 슬하에 8세와 6세인 아들 둘을 두고 있다고.
"아내가 특별히 잘난 것은 없어요. 그런데 나를 존중해주고 잘 따라주니까 너무 고맙네요. 이런 아내에게 뭉클하고 애틋한 감정이 식지 않아요. 우리 부부와 똑같이 생긴 아들 둘은 내가 세상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변하지 않은 변진섭은 오히려 팬들의 변치 않은 마음에 감사를 표시했다.
"아이 엄마가 되고 아쉬울 데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오히려 변하지 않은 것 아닐까요. 제 팬이란 존재로 계속 있어준 게 고맙기만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 팬들을 위해서 노래한다는 변진섭. 소녀시절, 다른 가수가 아닌 변진섭을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30대의 팬들은 변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를 보며 그때의 선택의 탁월했음을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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