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동면'을 깨고 당 공천심사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강도'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두달여간 침묵하던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6일 수도권 친박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 일부 친박(親朴:친 박근혜 전 대표) 의원은 탈당까지 시사하고 나서 과연 단체행동으로까지 연결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의 '분노'를 불러 온 것은 6일 공심위의 수도권 공천심사 발표 결과 이규택·한선교 등 친박 현역 의원들이 탈락한 점이다. 두 의원이 친박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를 더욱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표는 6일 "표적 공천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여론조사도 좋고 의정활동에 하자가 없는데도 단지 (경선에서)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일"이라며 "납득할만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 간판글을 경고성 문구(건강과 신뢰를 한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것)로 바꾸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분노했다는 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가 공심위 심사 결과를 사실상의 보복공천으로 규정함에 따라 공천 물갈이를 둘러싼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측)-친박 간 계파 갈등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7일 "공심위 분위기가 상당히 안좋게 돌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영남권에서도 친박 의원들이 많이 다친다. 문제는 친박이 걸러지면 그 자리를 저쪽(친이)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상 일이 터지고 난 뒤 사후 대응만 해서는 안된다"며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행동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경선이 끝나고 지금까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 의원의 발언이 영남권 공천을 앞두고 나온 발언으로, 영남권 공천에서 친박이 대거 탈락할 경우 탈당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탈당 시사 발언은 또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정호성 보좌관은 이날 "분노하고 있다"는 말로 박 전 대표의 심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기류대로 가면 분위기가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여러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변화가 없다면 여러가지 행동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러가지 행동'에는 탈당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박 전 대표와 일부 친박은 속은 타들어 가지만 탈당 등 과격한 행동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과 같은 강경파는 소수인 반면 친박 중 대부분이 온건파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공천이 확정될 수도 있어 공천 결과 발표전까지는 일단 기다려 보자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이날 탈락한 현역들이 친박의 본거지인 영남권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 비쳐볼 때, 친박의 핵심인 영남권 의원들도 즉각적으로 극약처방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의 한 영남권 의원은 "다음 최고위원회에서 탈락 의원들에 대해 공천심사위 재의 요구를 하는지 지켜본 뒤 행동 방침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권 온건파 친박 의원들이 영남권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경우 박 전 대표와 교감을 가질 것은 분명하며 박 전 대표가 공천에 대한 발언 수위가 강경파는 물론 온건파 친박 의원들의 거취도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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