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를 맞아 공연과 전시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전시장과 공연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큰마음 먹고 시간을 쪼개 문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무엇을 보고 듣고 해야 할지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안내문이 친절하게 붙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전문가들(미술평론가 김영동, 작곡가 이철우)이 매주 한차례 공연과 전시를 번갈아 소개한다.
◎ 'Fresh & Fresh'전 / ~3월 12일 / 갤러리G
화랑들은 시장과 고객의 수요를 쫒쫓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릴 작품을 확보하는 일에도 신경을 쓴다. 소위 인기·유명 작가도 팔기 좋은 작품을 선호하는 화랑들의 이해에 의해 만들어진다. '신진작가 발굴'도 새 자원을 찾는 화랑의 고유한 비즈니스이기도 하면서 상업 화랑들이 문화적 공공성에 기여하는 측면을 보여주는 행사이기도 하다. 신진들의 앞에는 결코 녹록지 않을 힘겨운 도정이 펼쳐져 있다. 곧 중도포기냐 아니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지도 모를 그들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사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선발해서 한번 격려한다는 것이 고작인데, 어떻게 그 취지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최근 이런 시도들이 공공영역으로 확대되어 신진 작가 육성 프로그램들이 전보다 활발해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종류의 기획들을 조직하는 쪽의 관점이나 가치이다. 젊은 작가의 특징은 대체로 실험적이고 모험적이다. 요즘 유행어로 말하자면 자기영토가 없는 유목인들인 셈이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발상이 참신하기도 하지만, 그로테스크하거나 키치일 경우도 있다. 화랑이라는 제도권에서 이런 성향을 좋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연히 선정과정에서 검증이 작동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그들의 생명인 실험과 저항의 정신을 제거하고 안전함으로 길들이는 계기가 된다. 제도권에 통합되는 순간 참신함도 곧 상품화되게 한다.
갤러리 G에서 열리고 있는 'Fresh & Fresh'전에 포함된 신진들, 그 타이틀만큼 아직 풋내가 채 가시지 않은 신선함을 풍긴다. 흔히 그들의 작품은 가볍고 유머러스하고 극히 사적인 체험을 반영하거나 무모하거나 지리멸렬할거란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여기서 만난 6명의 젊은이들은 꽤 진지하게 지적이다. 탈근대적인 다양한 조형언어로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조건들을 사유하며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모더니즘 이후의 구상양식으로 의미와 서사를 생산하고 있다는 말이다. 구상이면서 재현이나 반영의 방식이 문제되지 않고 아름다운 가상(假象)을 만들려는 타협의 태도가 배제되어있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주관성이나 형식주의에 유혹되지 않고 주관적 표현주의든 객관적 추상주의든 근대주의를 상징하는 양식을 넘어 개인과 사회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고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탐색한다거나, 시각적 상상력 속에서 우리 삶의 환경을 개조하는 일 등 하나같이 사회와 현실의 공간을 대상화하고 있다. 외부를 향한 시선이 미적 주체가 의식적으로 가공해서 현실을 반영하는 계몽적 지위에 있지 않으며, 반성을 결여하고 있지도 않다.
모든 것이 돈의 가치로 환원되는 사회에서 예술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정신으로, '타자'로 남아주길 바란다. 단순히 감각적인 사물을 넘어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며, 사회 속에서 우리가 겪는 고통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으로서의 예술을 이들에게서 기대하고 싶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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