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대구의 모 최고급 빌라에서 경비원 월급 70만원이 체불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224㎡부터 330㎡까지 대형 평수의 이 빌라는 기준시가만 30억원을 넘어서고 변호사, 의사, 기업인 등 부유층이 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가구마다 일률적으로 나눠 내던 경비원 월급을 집 크기에 따라 차등 부담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불화가 시작됐다. 매월 3만원가량을 더 내야 하는 큰 집 주인들이 예전대로 하자며 버티는 바람에 애꿎은 경비원만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를 지켜 본 인근 한 주민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겨우 몇만원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느라 저소득층인 경비원 월급을 주지 않은 것은 어이없는 행동"이라고 분개했다.
#2. 포항의 땅부자 A씨는 지난 4년 동안 건강보험료 900여만원을 체납하며 버텨왔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이 많아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수십억원대 부자이지만 매월 20여만원의 건보료를 내는 데는 인색했다.
건보공단 직원이 밀린 건보료를 받기 위해 수차례 그의 집을 방문하고 재산까지 압류하는 등 계속된 독촉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한 공단 측이 7억7천만원의 부동산을 공매처분해 체납액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 소위 있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세태를 꼬집는 단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반대인 이 말은 '병들거나 부패한 귀족'이라는 뜻으로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부유층과 사회고위층이 거꾸로 비도덕적 행위를 일삼는 것을 비꼬는 표현이다. 우리식으로는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의미다.
부와 직위를 가진 사람들이 지방세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고의로 체납하는 바람에 관청마다 체납전담팀을 구성, 이들 노블레스 말라드족(族)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대구경북지사는 6일 납부능력이 충분한데도 1년 이상, 1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체납한 1천234명(61억6천만원)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중 대구경북에 연고를 둔 프로 스포츠팀 선수가 38명이었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110명이었다. 나머지는 과세 상위 100개 업종 종사자 1천86명으로 고소득자다.
또 건강보험공단 대구지사가 파악하고 있는 고소득자들의 체납건수는 4천건, 85억1천7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부동산 공매와 재산 압류 등의 강도 높은 압박으로 이 중 52억6천600만원을 징수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곽기정 부장은 "국민연금은 사회적 조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고위층에서 오히려 납부에 앞장서야 마땅하다"며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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