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세계문화유산' 마을

중국 安徽省(안휘성)의 黃山(황산)은 중국 10대 절경의 하나로 관광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다. 기기묘묘하고도 미려한 풍광이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더욱이 인근의 明(명)'淸(청)시대 전통마을인 홍춘(宏村)마을과 시디(西遞)마을은 생각지 않았던 멋진 보너스처럼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모두 900여년 긴 세월의 풍상을 견뎌온 오래된 집성촌이다. 흰 석회벽에 검푸른 기와의 고풍스러운 집들이 고요히 서있는 풍경은 관광객들을 단박에 타임머신에 태워 아득한 옛날로 돌아가게 만든다. 특히 홍춘마을의 경우 주윤발 주연의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 작품 '와호장룡'의 촬영지라는 점 때문에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한껏 높여준다.

세상이 아무리 초고속으로 바뀌고 있다지만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삶터들이 있다. 그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마을들이 대표적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5군데에 불과하다. 18~19세기 남부 보헤미안 바로크 양식 건축양식을 간직한 체코의 홀라소비체 마을, 19세기 중부 유럽 농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헝가리의 홀로쾨 마을, 통나무 맞배집이 독특한 슬로바키아의 블콜리네츠 마을, 400여년 역사의 체취가 남아있는 일본의 시라가와고(白川鄕) 마을 및 고카야마(五箇山)마을, 그리고 중국의 홍춘, 시디마을이다. 수려한 자연풍광과 독특한 건축미, 유'무형의 문화유산, 잘 보존된 전통관습 등이 공통점이다.

각국이 옛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이처럼 여러 조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이 우리네 대표적 전통마을인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을 내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키로 해 주목된다. 두 마을 모두 수백년의 역사적'문화적 전통과 생활풍습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지난 1998년 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지정돼 있어 도전해 볼 만하다. 마을별로 한가지 형태의 건축양식을 보이는 외국의 전통 마을들과 달리 기와집과 초가 등 班常(반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차별화될 수도 있다.

기초 학술조사와 보존관리 계획, 정비 등 준비과정이 녹록지 않다. 2010년 7월,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하회'양동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희소식이 날아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당부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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