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에선 정치가보다는 기업가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당선된 뒤 이 대통령은 굼뜬 기업을 당찬 조직으로 바꾸려는 기업가처럼 움직였다. 그는 잘게 나뉜 부서들을 통합했고 너무 많은 위원회들을 줄였고 공무원들도 상당히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공단에서 교통을 방해하던 전봇대를 뽑은 일이 상징하듯, 그는 관료들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모두 좋은 일들이다.
다른 편으로는, 그가 대통령의 직무를 기업가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6개월, 1년마다 장관들을 평가하겠다"는 얘기에서 이 점이 드러난다.
그런 단기적 평가는 기업에선 어느 정도 가능하다. 정부에선 어렵다. 실은 해롭다. 정부 사업들은 대부분 여러 해가 걸리며 효과는 아주 더디게 나온다. 대통령의 시평(time-horizon)이 짧아지면, 공무원들은 집행이 쉽고 효과가 빨리 나오는 사업들을 선호하게 되어, 이 대통령이 없애려고 하는 '전시 행정'을 부를 터이다.
적잖이 실망스러웠던 비서관들과 장관들의 인사도 정부와 기업을 비슷하게 여기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작은 도덕적 흠들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태도는 기업 경영에선 합리적이다. 기업에서 노동의 질은 직무에 필요한 기술적 능력에 의해 거의 결정된다. 따라서, 일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기업은 종업원들의 도덕적 품성을 엄격히 따지지 않는다.
공무원의 경우, 능력의 뜻은 훨씬 모호하다. 공무원의 직무는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돈이나 물질로 계량될 수 없으므로, 필요한 능력도 명확하게 규정될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흔히 능력과는 다른 것으로 여겨지는 도덕적 품성이 공무원의 능력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크든 작든 권력을 행사하므로, 그들은 늘 부패의 유혹을 받는다. 우리처럼 부패가 심한 사회에선, 도덕적 품성은 공무원의 능력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이 점을 놓친 것은 그가 정부와 기업이 본질적으로 다른 조직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왔다. 기업은 명확하고 계량될 수 있는 목표를 지녔다. 정부는 그렇게 뚜렷한 목표를 지니지 않았다. 정부는 개인들과 기업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그 일은 구성원들의 엇갈리는 이해를 조화시키는 일을 포함한다. 당연히, 도덕적 자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거친 비유를 들면, 운동 경기에서 기업들은 선수들이고 정부는 심판이다. 심판의 능력의 핵심은 공정한 판정을 보장하는 도덕적 품성이다. 남의 글들을 훔치고 법을 어긴 사람들이 어떻게 심판의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 대통령은 평생 기업에서 일했고 크게 성공했다. 서울시장 시절에도 기업가처럼 시정을 운영해서 성공했다. 그가 정부를 확대된 기업으로 여기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른 자리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업가와는 물론 다르고 서울시장과도 크게 다르다. 지방자치 단체의 장은 중앙정부가 마련한 정책들과 자원을 이용하면 되지만, 대통령은 스스로 그것들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가처럼 판단하지 않고도 대통령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환상이다.
복거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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