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4·9총선 공천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보인 전투력은 지난 경선과는 달리 현저하게 약해졌고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계보 전체도 힘이 빠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계보 내에서는 이러다가 계보 전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전망을 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탈당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7일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전날 공천에서 탈락한 이규택 의원과 일부 측근을 만났다. 박 전 대표는 이 의원에게 "미안하다. 내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됐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만났을 때 '우리를 믿으라'고 해서 신뢰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위로했다.
한달 전 '좌시하지 않겠다'며 탈당까지 시사하던 자세와는 사뭇 다르다. 혼란과 위기 때마다 잔다르크처럼 당차게 치고 나가던 모습은 사라지고 무력감만 호소하는 모양새다.
친박의 분위기도 지난 경선때와는 전혀 다르다. 리더십을 상실한 채 스스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남은 정열을 쏟아부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돈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안을 양보할 때부터 우리측의 몰락은 예상됐다"며 "치열하게 투쟁해서 얻어내는 것이 공천인데, 이를 너무 쉽게 양보한 것이 박 전 대표 스스로 무력감에 빠져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이후 친이·친박의 경계선은 상당 부분 허물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친박계의 와해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대부분의 친박이 자신들의 공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박 전 대표가 계속 뒷짐만 지고 있다면 누가 부채 의식을 가지고 18대 국회에서 그를 돕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무력감을 피력한 대목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핍박'받는 모습을 보여 동정 여론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친이 측 한 인사는 이를 겨냥해 "자신들만 핍박받는 과장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경계했다.
한 핵심 측근은 "현재로서는 영남권 공천에서의 물갈이 폭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물갈이 폭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진짜 심각한 고민은 그때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 공천의 '화약고'인 영남권 심사에서 '친박' 의원들에 대한 명실상부한 숙청이 이뤄질 경우 '중대 결심'을 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번 행보가 탈락한 측근 달래기 성격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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