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元祖(원조)로 하는 특산품은 여러 가지다. 안동간고등어, 안동찜닭 등은 지금도 전국적인 히트상품 목록에 올라있다. 안동식혜와 더불어 너무 맛있어 벙어리가 될 정도라는 '버버리 찰떡'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안동찜닭의 뒤를 이을 상품 후보다. 안동이 역사문화도시여서 음식문화도 그만큼 깊은맛이 있는 게다.
하지만 안동에서 가장 먼저 유명해진 특산품을 꼽는다면 단연 안동소주다. 소주는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에서 전래됐다고 한다. 안동을 비롯해 개성'제주가 소주 명산지로 유명해진 것도 당시 몽고군 주둔지였기 때문이다. 전통 소주는 요즘의 희석식 소주와 달리 막걸리를 소줏고리나 가마솥에 넣고 불을 때 생긴 수증기를 모아 만들었다. 이런 전통 소주는 강렬한 향과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안동소주 역시 톡 쏘는 독특한 맛에다 특유의 '화독내'로 애주가들의 구미를 당겼다. 그래서 생산량이 제한됐던 시절, 안동소주는 최고의 명절 선물이었다. 그만큼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안동소주는 너무 독해 취중에 실수할까봐 사돈에겐 권하지 않는 술이었다. 더욱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 등이 대중화하면서 안동소주는 예전보다 인기를 잃었다.
안동소주의 인기를 되살려 놓은 사람이 김휘동 안동시장이다. 김 시장은 안동소주와 맥주를 적당 비율로 섞은 폭탄주를 '바이오酒(주)'란 이름을 붙여 전파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 시장은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공동대표에게도 바이오주를 맛보였다고 자랑한다. 밀밭 근처엔 얼씬하지 않는 사람조차 술잔을 사양하지 못하게 하는 재주를 김 시장은 지녔다.
그러나 소탈함과 친화력을 무기로 한 김 시장의 바이오주도 그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왜 그럴까? 안동소주로 만든 '안동 바이오주'인 탓이다. 안동이 경북 북부지역에서조차 고립된 원인은 안동을 버리지 못하고 안동만을 고집한 때문이다. 이웃 영주가 '선비의 고장'을 선점했다고 굳이 '정신문화의 수도'를 들고나올 건 무언가. '안동 바이오주'가 아니라 문경 호산춘으로 만든 '문경 바이오주', 봉화 머루주로 만든 '봉화 바이오주', 영양 초하주로 만든 '영양 바이오주'를 전파하는 포용력을 안동이 갖출 필요가 있다. '좀스러운 안동'이 아니라 '넉넉하고 인심 좋은 안동'이 될 때 안동의 미래도 담보되지 않겠는가.
조영창 북부지역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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