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노란 바람, 노란 물결

지난주 월요일, 예년보다 빨리 날아온 황사로 대구 하늘은 부옇게 뒤덮였다. 황사 발원지에서는 안개처럼 뿌연 먼지가 아니라 무서운 바람과 함께 모래폭풍이 몰아친다. 중국은 경제와 미술시장에도 황사현상에 버금가는 노란 바람을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수많은 중국작가들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블루칩 작가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2007년 동안에 작품이 많이 팔린 500작가 리스트에 중국작가들이 무려 157명이나 들어 있다. 당당히 3, 5, 7위를 차지한 장 샤오강, 위에 민준, 정 판츠는 이미 우리 화단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작가로, 3월 1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화랑미술제와 3월 11일 대구의 모 방송국 로비에서 열리는 미술품 경매에도 그들의 작품이 출품되어 있다.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의 가격을 호가하지만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1989년 천안문사건이 발생할 때만 해도 누가 중국 현대미술이 전 세계 미술시장을 석권하게 될 줄 알았을까. 1990년대 초반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개혁정책과 함께 가속화된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킨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럽과 미국 미술시장에서 중국작가들이 급부상하게 된 데는 화교의 역할 또한 지대하다.

이들이 자국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구입하면서 작품가가 순식간에 오르고, 세계 미술시장의 이목이 중국작가들에게 집중된다. 또한 정부의 주도로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구축한 북경과 상해의 예술특수구역은 싸구려 공산품 대신 문화'예술 콘텐츠라는 정신적 영역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중국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이점은 문화'예술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현대미술의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미술시장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자세로 미술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국제행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년에 개최되었던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카셀 도쿠멘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제외하곤 단 한 명도 선정되지 못하였지만 중국작가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특히 스위스 기업의 후원으로 다양한 계층의 중국인 1001명을 카셀에 오게 한 아이 웨이웨이의 '동화'는 제12회 카셀 도쿠멘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인데, 개인적인 서구사회에서 집단으로 몰려다니는 중국인들의 거대한 물결은 가히 위압적이라 하겠다.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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