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들이 12일 올해 첫 모의고사를 치른다. 많은 수험생들은 3월 모의고사를 실제 수능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잘못된 생각은 없다. 어느 시험이든 그 해 공부를 어떻게 했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수능시험일 까지 남은 8개월 동안 지난 2년 동안 공부한 학습량의 몇 배를 더 할 수 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끝까지 간다는 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낭설일 따름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 모의고사는 정신과 육체를 고문하는 형틀로 고3 생활 전반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모의고사는 수험생이 자신의 객관적 위치와 취약점을 파악해 학습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모의고사에 너무 민감하다. 모의고사 성적에 웃고 울다 보면 8개월이 그냥 훌쩍 지나가 버린다. 입시전문가들의 도움말로 모의고사에 대한 바람직한 대처법과 그 생산적 활용에 대해 알아봤다.
◆모의고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모의고사는 문자 그대로 수능시험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연습 삼아 쳐보는 시험이다. 따라서 점수가 좋고 나쁨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모의고사에 목숨을 거는 듯이 행동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매번 모의고사 성적이 나올 때마다 전교 석차는 물론이고 전국 석차와 그 점수에 따른 지망 가능 대학의 배치기준표가 나온다. 대개의 경우 성적에 바탕으로 해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과목별 학습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 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잘 나오면 격려와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학교와 가정에서 건설적인 반성과 평가보다는 질책과 추궁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모의고사를 잘 치면 한달이 행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한달이 우울하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모의고사는 원래의 기능과 목적과 달리 수험생과 학부모를 괴롭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명절이 다가오면 주부들이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듯 모의고사가 임박하면 몸이 아픈 수험생이 많다.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가 모의고사란 실제 시험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연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연습에 지쳐 실전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도전적인 자세를 가져라
모의고사를 치른 뒤 가채점을 할 때 상위권 학생은 5∼15점, 중하위권 학생은 10∼25점 정도까지 더 얻을 수도 있었는데 실수로 틀렸다며 억울해 한다. 그 억울함은 궁색한 변명이 아니다. 풀이 과정에서 조금만 신중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정말로 맞출 수 있었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포츠에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한다. 문제풀이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불안감 때문에 위축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어려운 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하면 자신도 모르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컨디션이 좋은 날이란 자신감을 갖고 문제를 푼 날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판단이 애매한 보기 중에서 맞는 답을 고를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문제풀이에 몰입하라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를 보기 전에 목표 점수를 정해놓고 시험에 임한다. 그러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우면 당황해 자기 실력보다 더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시험이란 상대평가이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 그러므로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목표점수 획득 여부를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시험을 치는 동안 몇 점을 얻을 것인가는 신경 쓰지 말고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3월이 되면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악성 유언비어가 있다.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이 일년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남은 8개월 동안 상전벽해 같은 대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3월 모의고사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 공부를 해도 생산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변화를 확신하는 학생들은 즐겁게 수험생활을 할 수 있다.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궁극적으로 성적 향상이 일어난다. 변화를 확신하는 수험생은 수험생활에 수반되는 경쟁과 긴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긴다. 이런 학생은 지금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생활한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긍정적인 자세와 낙관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학습의 생산성은 훨씬 높아진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마음을 다잡는데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1주일쯤 공부하고 나면 성적표가 나온다. 성적표를 갖고 상담하고 고민하다보면 또 1주일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시 잡는데 1주일이 걸린다. 그렇게 하다보면 한 달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열흘도 안 된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 하루 이틀 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툭 털어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린다, 오답 노트 만들자
한번 틀린 부분은 다음에도 틀리기 쉽다. 처음에 하기 싫은 과목이나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은 경향이 있다. 모의고사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틀린 문제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자신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다지는 소중한 자료로 삼는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답안지를 보며 채점을 할 때, 맞고 틀리고 보다는 틀리게 된 판단의 과정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설을 읽으며 틀린 과정이 스스로 납득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선생님께 질문해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문제지 위에나 따로 마련한 노트에 나름의 분류법에 따라 표시를 해 둔다.
틀린 문제나 맞추긴 했지만 확실하게 알지 못한 문제는 그 문제와 관련된 교과서의 단원 전체를 다시 공부한다. 그래서 자신의 취약 부분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문제지 위에나 따로 마련한 노트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의 경우 5개의 보기 중 정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도 내용이 중요하다면 보기와 관련된 교과 내용을 폭넓게 정리해 둔다. 잘 정리된 오답노트는 수능시험 일 주일 전의 최종마무리 학습과 심리적 안정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녀에게 스트레스 주지 말자
모의평가를 치는 날도 평소처럼 자녀를 대하는 것이 좋다. 수험생은 말하지 않아도 시험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으며 잘 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욕이 있다. 시험을 잘 치라는 말 은 수험생을 소심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또 시험을 친 뒤 기대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할지라도 학생을 질책하거나 실망하는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점수가 좋으면 더욱 신나게 공부하라고 격려하고, 좋지 않으면 연습으로 치는 시험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모의고사 점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학생 뒤엔 모의고사에 민감한 부모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연습에서 지나치게 지치고 상처 받으면 실전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험생이 시험을 칠 때 자신 있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부모의 자세와 가정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