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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학습지침서, 그속의 '공부기술'

▲ 최근 서점마다 공부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최근 서점마다 공부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대구의 한 대형서점 청소년 코너. 이정신(38·여·대구 수성구 범물동)씨는 이 책 저 책 펴들며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중3 아들을 두고 있는 이씨는 이제 본격적인 성적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아들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 이씨는 "나름대로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하는데 생각만큼 성적이 안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서점 파트장 전길채씨는 "주로 주말에 중3이나 고1 학생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 공부법을 소개한 책들을 많이 사간다"며 "일부 공부법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공부하는가'이다. 그래서인지 서점가에는 이들 학생들을 타킷으로 하는 '○○공부법'이나 '○○학습법'이란 제목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학습지침서를 통해 '공부의 기술'을 살펴봤다.

◆현근이의 자기주도 학습법

저자 김현근씨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 명문인 프린스턴대학 특차로 합격한 '공부 고수'. 이 책은 저자의 공부 방법을 세세한 것까지 모두 벌거벗기고 있다. 단순히 '~하라'는 충고조가 아니라 일일이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내신을 잘 받기 위한 4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고교 수업 시간 후 탈진할 정도로 집중했다. 그렇게 하면 선생이 두번 이상 강조하거나 시험에 나올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또 공부하면서 시험에 나올까란 의구심을 품으면 집중이 안 되기 때문에 그럴 땐 선생을 찾아가 물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의외로 만족스런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공부 자료가 많으면 정신이 분산되기 때문에 노트보다는 교과서 문장 밑이나 옆에 보충설명하는 방식으로 필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시험을 치기에 앞서 교과서를 5번 정독을 하되 막연히 읽기 보단 수업 장면을 연상하면서 읽고 세차례 이상 읽었을 때는 지루하기 때문에 머리 속에 미리 다음 활자를 예상하면서 읽으라고 한다.

이 책은 이런 구체적인 방법을 영어수학논술 정복법이나 기타 과목 정복법 등에도 소개하고 있다.

◆'상위 1% 만드는 초중고 통합공부법'

저자 김유강씨는 다음카페 '사교육비 절약하는 학습법'의 운영자로 학부모 입장에서의 공부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엄마 입장에서 아이를 어떻게 지도하고 도울 지에 대해 초중고교로 나눠 꼼꼼히 알려주고 있는 것.

초교 때는 아이를 무조건 내버려 두지 말고 자신감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공부를 시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저절로 공부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기 때문이라는 것. 또 초교 땐 책읽기에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데 독서 습관이 잡히는 초교 4학년 때부터는 영어나 수학 중 한 과목을 선행학습을 시키라고 한다.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아이를 학급 임원 시키는 방법도 권유하고 있다. 그러면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 꼭 입상이나 임원으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열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아이가 내신형인지, 수능형인지를 빨리 파악해 수능형일 경우 국영수 기본을 확실히 다지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의 신'

강성태씨 등 9명이 공동으로 쓴 이 책은 서울대를 비롯, 이른바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대학생들의 공부전략을 고교 생활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고교 입학 때부터 수능을 앞둔 고3 말까지 시기별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고1 때는 보통 조바심 때문에 선행학습을 하는데 복습이 안 되면 허사라고 말한다. 선행학습보다 복습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기 때문에 복습을 철저히 하되 최대한 빨리, 자주 하는 것이 좋다. 단 외국어와 논술, 수학 등 특정 과목은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부 계획도 중요하다. 계획을 짜면 최소한 계획의 70%는 실천하고 '이번 학기 동안 수학정석 한 권을 뗀다'는 식의 막연한 목표보다 '1시간 동안 몇 페이지를 공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또 저자들은 고1 여름·겨울방학 동안 우선 공통수학을 복습하고 여유가 좀 있기 때문에 언어영역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책을 많이 읽고 영어단어를 많이 외우라고 조언한다. 이 밖에 과목별 공략법과 대입 준비 등을 꼼꼼히 설명하면서 9명의 저자들의 경험담을 실었다.

◆'통 공부법'

저자 이지은씨는 교육전문 연구자.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나만의 공부법을 찾게 하는 맞춤형 공부법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라'식의 권고가 아닌 독자들이 자신의 공부스타일과 성향을 파악해 거기에 맞는 공부법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집중력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저자는 자신의 집중력을 체크해보라고 권한다. 초시계를 꺼내 공부를 하면서 집중이 안 되는 시점까지 시간을 재는 방법을 3~5회 정도 반복한 뒤 평균을 낸다. 자신의 집중 시간을 안 뒤에는 그 시간에 맞춰 공부와 휴식을 의식적으로 조절한다. 10분이 최대 집중시간이라면 10분 공부하고 1, 2분 쉬고 다시 10분 공부하는 식으로 하라는 것. 그렇게 하면 같은 60분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취약과목이 있다고 말한다. 취약과목은 마음의 부담에 가까운 것이므로 담당 선생님과의 갈등 등과 같은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취약과목은 단순히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므로 과감히 개인과외를 받아 볼 것을 권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전문가들의 의견

교육 전문가들은 시중에 나온 수많은 공부법 책들을 참고로 하되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교대 정종진 교육학부 교수는 "시중에 나온 책들이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어 마치 그렇게 하면 성적이 오를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개인 학생들마다 자신만의 성향이나 스타일 등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영남대 조규락 교육학과 교수도 "공부법의 접근 방식은 다양한데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자신의 인지 방식이나 학습법이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근원적인 공부 목적보다 스킬(기술)만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자신의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자신의 공부 스타일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부 스타일이나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표준화된 도구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먼저 자신을 알고 거기에 맞는 책을 골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중·고교 때는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 학교 선생님들의 방식을 따르거나 선생님과 부모들과 상담을 통해 조언을 얻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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