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이경박' 정부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이명박 당선자가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한나라당은 10년 야당의 한을 풀었다. 축하할 일이고 실용정부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작금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잘해 가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이 약 70%에 가깝고 4월 총선에서도 정권 안정의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성숙한 국민의 자세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록 내각의 구성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계속해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권 창출의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실언과 실책에 가까운 일들을 한두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 언론도 최소 6개월은 밀월의 기간을 갖는다는 것이 서구 민주국가들의 전통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6개월을 기다릴 수 없는 다급한 상황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적 지도자인 대통령이 저지르는 실언이나 실정을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숭례문 화재 한달을 맞으면서 불탄 직후에 나온 당시 이명박 당선자의 '국민성금 갹출 제안과 이에 따른 해명'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사건이 나면 그 책임을 따지면서 국민적 반성과 대안의 연구를 위한 상당한 기간을 거치는 것이 바로 복구하고 실패의 흔적을 지우는 것보다 역사를 위하여 더 좋은 일일 것이다. 숭례문의 소실은 원천적으로 문화재의 개방에 따른 안전 프로그램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하였으며 눈앞에서 타고 있는 불을 끄지 못한 우리 소방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숭례문의 개방에 관여한 장본인으로서 책임의 일단을 피력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수없는 의혹의 늪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는 다행스러움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는 것이다. 법적으로 책임이 없으면 괜찮다는 식의 처신이라면 준법성은 잘 알고 있으나 도덕성의 문제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시작하는 정부에게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행적에서 도덕적 책임감이 있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것이다. 당시 서울시장의 아이디어로 개방한 숭례문이 불에 소실되었다면 유감의 일단을 말해야 할 터인데 무슨 대안이라도 되는 듯 국민성금 이야기를 먼저 꺼내었으니 이처럼 경박한 언사가 어디 있겠는가?

다음은 영어 몰입교육문제이다. 이도 여론의 저항으로 많이 후퇴하여 공교육에서 영어를 듣고 말하기 교육의 강화 정도로 물러나 있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확대하고 철저히 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언어 교육의 원칙과 민심의 근저를 잘못 짚은 일이다. 영어교육은 국어 교육의 일환이며 보완장치이다. 국어 교육은 팽개치고 영어교육을 말하는 것은 국가의 언어 정책으로서는 아주 초보적인 정책이며 유치한 발상이다. 미국의 클린턴 정부는 영어교육의 강화를 위해서 대학에서 실용영어쓰기 교육을 의무적으로 부과했고 이는 미국의 국익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영어교육을 강화한다면 국어교육의 강화와 아울러 해야 하고 이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단순히 회화능력 향상을 국가가 정책으로 내놓는다면 이는 전체교육의 균형과 전문성을 간과한 일이다. 외국어는 자국어와 맞물려 교육되어야 성공한다. 그래서 오히려 나라와 나라말을 위한 일이라면 번역과 번역교육을 강조하는 중국과 프랑스의 모델과 일본의 사례가 우리의 귀감이 될 것이다.

영어교육을 공교육에서 아무리 잘해도 영어가 입시나 경쟁의 도구가 되는 순간 더 잘하기 위한 사교육 경쟁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무튼 새 정부의 의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교육 시장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부의 예상을 액면 그대로 믿는 학부모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언행과 정책에서 우리는 도덕성과 철학의 뒷받침이 결여된 듯 허전함을 느낀다. 앞으로 잘해 주길 바랄 뿐이다.

유 명 우(한국번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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