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청 소유 땅 보상 놓고 "희한한 합의"

아파트 신축사업 둘러싸고 피해 보상 논란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신축 사업을 둘러싸고 시행·시공사와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맺은 공사 피해 보상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의원이 개입됐다는 말들이 안팎에서 흘러나오면서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한 아파트 시행사가 북구 태전동에 381가구(1만9천657㎡)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지매입을 거의 마치고 지난해 11월 말 대구시에 분양 승인을 신청하자, 시측에서 '조건부 승인'을 내걸면서 시작됐다. 아파트 예정부지내 북구청 소유 땅 3필지 562㎡(5억7천여만원 상당)의 매입을 마무리해야 분양 승인을 내주겠다는 것. 북구청이 아파트 공사 때문이라며 A아파트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소음, 균열 등 민원을 해결해야 땅을 팔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사업 진행이 계속 늦어지자 시행·시공사 측은 최근 A아파트 입주자대표 측과 북구청에서 만나 보상 합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데, 그 보상 수준이 이례적이어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구청과 시행사 측에 따르면 보상 내용에는 ▷합의금으로 현금 6억원을 입주자대표회의 지정계좌로 지급할 것 ▷시행사와 시공사 측은 A아파트 발전기금 명목으로 85㎡ 아파트 1채의 소유권을 아파트입주자 대표회장 명의로 줄 것 ▷A아파트 주요 구조부에 붕괴, 침하, 균열, 누수 등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시행사 측은 어쩔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이미 99% 부지의 매입이 이뤄졌기 때문에 남은 땅이 개인 소유였다면 얼마든지 사업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사전 일조권·소음 조사도 없이 인근 아파트 주민 편만 든 구청의 조치가 석연찮다"고 말했다.

반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측은 "당초 시행사 측에 정원수 조성이나 아파트 도색을 요구했지만, 시행사 측이 이행 노력을 보이지 않아 합의를 요구하게 됐다"며 "당연한 권리 행사"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A아파트의 민원이 이례적으로 아파트와 현금이 오가는 '거래'로까지 이어지게 된 배경에는 A아파트 일대를 선거구로 한 북구의 모 구의원이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구 부지를 팔지 말라고 구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도 구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의원은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며, 북구청도 "주민 민원을 최대한 해소해 주려다 보니 합의까지 오게 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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