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대구의료관광, 어떻게 할 것인가

낮은 인지도·가격경쟁력 과제…병원법인화 등 제도정비부터

명곡 '에게해의 진주(penelope)'는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한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둥글게 펼쳐진 에게 바다는 수많은 섬을 품고 있다. 프랑스의 천재 작곡가 폴 모리아(Paul Mauriat· 1925-2006)가 그렸던 진주는 섬인지 그 위의 하얀 집들인지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그리스 본토의 끝인 수니온 곶은 전망이 일품인 명승지이다. 그곳의 포세이돈 신전에서 바라볼 때 석양에 물든 서쪽 섬들은 검은 진주가 된다. 반대쪽에 위치한 펠레폰네소스 반도에서 아침햇살을 받은 동쪽 섬들을 보면 형형색색이 영롱한 진주가 된다는 것을 안 것은 상당한 발품을 판 뒤였다.

에게해의 진주를 감상하기 위한 최고의 명당은 고대 폴리스인 에피다우루스(Epidaurus)에 있다. 이곳은 醫神(의신)이었던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가 살던 곳으로 기원전 5세기에 세워진 원형극장, 김나지움, 병원이 오늘날에도 남아 있어 그의 이야기가 단순한 신화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아폴로신과 인간인 코르니스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반인반마 케이론에게 의술을 배워 신의 경지에 오른다. 각종 속병, 골절, 꼽추, 대머리, 맹인 등을 낫게 한 그의 의술은 에피다우루스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은 지중해에 흩어져 살던 그리스인들이 의신의 명성을 듣고 몰려든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의 허브였다. 기원전 5세기부터 1천년 동안 의료관광의 중심역할을 했던 이곳은 무료로 치료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때로는 봉헌물이나 헌금을 받기도 했다. 많은 경비는 치료에 사용될 약초를 찾는 뱀을 기르는 데 쓰였다.

아스클레피우스가 들고 다니던 뱀 한 마리가 감고 있는 지팡이(asklepian)는 의료의 상징이다. 에피다우루스 병원은 의신인 아스클레피우스와 제자들에 의해 운영되었고 극장, 운동시설, 휴양시설, 온천 등 부대시설이 뛰어났으며 해상교통의 중심지였고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뱀을 기른 것은 최신식 의료기술에 충실했다는 뜻이 아닌가.

오늘날 의료관광은 치료나 수술, 치과치료를 위해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위급하지 않은 외과 수술, 심장수술, 치과치료, 성형수술 등이 주를 이룬다. 의료관광이 성행하는 이유로는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의료비, 발달된 치료기술, 간편해진 여행절차 등을 들 수 있다.

한창 논의 중인 대구경북지역의 의료관광은 다음과 같은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상업적 의료행위에 대한 수용이다. 최근 의료관광허브로 떠오르는 인도, 싱가포르, 태국 등은 주요병원들을 상장된 법인형태로 전환했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인정은 공익성에 반한다는 반대의견도 있겠지만 보완책을 강구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둘째,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구·경북지역은 가격경쟁력이 낮고 기술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여 일본이나 중국환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해외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을 우선 대상으로 하여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건강검진 부문부터 특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셋째, 역내 의료기관들은 해외보험회사와 협정(convention)을 맺어 해외환자가 귀국한 뒤 치료비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환자들은 자국의 국민의료보험 만으로는 개인부담이 커서 의료관광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반면 의료기관과 협정을 맺은 사설보험에 가입한 외국인 환자들은 보다 쉽게 의료관광에 나설 수 있다.

끝으로 접근성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역내에 국제선 공항이 미비한 경우 환자유치에 한계가 있다. 논의중인 영남내륙 신공항은 환자용 편의시설 등도 감안하여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흩어져 살다가도 병이 나면 모국으로 의료관광을 나섰다. 풍광이 좋은 곳에 병원이 있으니 치료도 하고 관광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의료관광이 성공하려면 임상경험이 풍부한 명의가 많아야 하고, 의료 및 각종 인프라가 충분해야 하며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 대구지역에 에피다우루스로 상징되는 의료관광허브를 기대해 본다.

김영우(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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