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고질적인 춘투가 사라지고 노사평화와 상생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포항의 동국제강그룹이 기업 사상 처음으로 일괄 노사협상을 타결했으며, 구미공단 노조도 무분규를 선언하고 나섰다.
동국제강·유니온스틸·유니온코팅·국제종합기계·동국통운 등 동국제강그룹 5개 계열사 노조는 10일 임금 및 단체협약협상 전권을 회사에 위임하는 노사대타협을 이뤄냈다. 개별 기업들이 임단협을 위임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그룹 계열사 사별 노조가 일괄적으로 임단협 협상권을 사측에 위임한 것은 산업계에 처음있는 일이다.
동국제강 그룹 관계자 및 5개 기업 노사 대표가 이날 서울 대치동 동국제강 본사에서 노사대타협을 선언함으로써 그룹 주력기업인 동국제강은 1994년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 선언을 한 이후 14년째, 유니온스틸은 15년째, 국제종합기계 9년째, 동국통운 8년째, 유니온코팅은 5년째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구미공단에서도 지난해 4월 ㈜코오롱 노사가 '항구적 무분규 사업장 실현'을 선언한 뒤 노동쟁의행위가 발생한 사업장이 거의 없었던 데 이어 한국노총이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노사간 신뢰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가운데 구미지역 대기업들은 올 임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하는 임단협 결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63개사 3만여명의 조합원을 둔 한국노총 구미지부(의장 김인배)는 지난달 말 열린 제15대 의장 취임 및 창립 30주년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통해 지역 경제발전과 고용안정 고용창출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지난 9일에는 LG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 동결 및 무분규를 선언했고, 포스코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을 하면서 올해분을 합쳐 2년치를 타결했다.
삼성전자는 사무직 직원 평균 2%(지난해 2.25%) 수준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LG경북협의회 최선호 그룹장은 "노사가 상생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겨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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