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와 식량과의 관계를 다룬 '인구론'을 내놨다. 그는 '세계 인구가 식량 공급 능력을 앞지를 것이며 그 결과 인류는 대규모 기아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가 인구론을 내세운 지 2세기가 지나도록 예측은 빗나갔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았고 식량은 꾸준히 비축물량을 유지해 왔다. 세계인구성장률은 1963년 2.13%를 정점으로 현재 1.14%(UN 추정)까지 낮아졌다. 세계 인구는 대폭발이 아닌 감소를 우려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맬서스가 틀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8세기 초 영국의 그레고리 킹은 곡물부족이 곡물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이른바 '킹의 법칙'이다. 옥수수 공급이 10% 부족해지면 가격은 10%가 아닌 30%가 뛴다. 옥수수 공급이 20% 부족하면 가격 상승폭은 80%에 이른다. 30%가 부족하면 160%까지 치솟는다는 주장이다. 세계가 별다른 식량 부족 현상을 경험하지 못하면서 '킹의 법칙' 또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은 균형을 이뤘고 가격도 안정됐다.
최근 이 두 이론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세계적인 곡물파동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세계 곡물 소비량이 생산량을 2천900만t 초과해 3년 연속 '소비량 초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 예측했다. 올해 세계 곡물 재고율이 사상 최저치인 14.6% 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곡물가는 치솟고 있다. 지난 한해 옥수수 가격은 두배 이상 뛰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30년 동안 인류는 최악의 식량 위기를 겪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줄어들던 세계 기아자 수는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8억5천400만명이 굶고 있는데 그 숫자는 매년 400만명씩 늘고 있다. UN의 식량 원조는 고정된 예산에 근거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두배 오르면 식료품 원조는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아자 수도 덩달아 늘게 된다. 맬서스가 '거봐라'는 듯이 보고 있을 것 같다.
정창룡 논설위원 jc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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